무리한 감사원 징계요구에 공무원 ‘억울’ 호소
무리한 감사원 징계요구에 공무원 ‘억울’ 호소
  • 김보라
  • 승인 2014.02.10 10:44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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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업체 특혜, 시 농업기술센터 직원 징계하라”...공무원 “농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뿐, 너무하다”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로 인해 광양시 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감사원은 지난 6일 공개한 ‘주요 민생분야 민원업무 처리실태’ 보고서에서 “광양시의 화훼농가 종묘구입비 지원사업이 부당하게 진행됐다”며 관련자 징계와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

징계 처분 요구의 이유는 광양시 농업기술센터 직원 A씨가 2012년 1월 화훼농가의 종묘 구입비(민간자본보조사업)를 지원하면서 감사관실의 사업비 심사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업체의 종묘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A씨가 견적서를 제출한 3개 업체 중 1주당 2만4200원을 제기한 특정업체와 알스트로메리아 종묘 1만9800주를 4억7900여만원에 구매하면서 사업비 비교 심사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또 농민들이 현지 벤치마킹 당시 선주문한 업체와 계약한 후 농민들을 대신해 구두 주문까지 해줬다는 게 감사원의 주장이다.

특히 감사원은 “같은 가격을 제시한 경쟁업체가 1주당 4200원 낮은 2만원으로 수정 견적안을 제시했는데도 ‘괜한 오기를 부리는 것’이라며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A씨가 화훼농가의 종묘 구입을 지원하면서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업체에 혜택을 줘 예산을 낭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이같은 감사원의 감사가 농가의 상황과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실적채우기용 꿰맞추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막은 이렇다.

광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2012년 민선5기 공약사업 중 하나였던 화훼산업 육성을 위해 소득작목발굴에 나섰다. 각 작목을 비교해 유가상승에 따른 난방비 등을 고려해 ‘알스트로메리아’라는 저온성 화훼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절차에 따라 이후 2월 말까지 사업신청자를 선정하면 6~7월에 정실해 여름에 수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알스토로메리아는 10~3월까지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비교적 싼 값에 거래되는 작목이어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정실의 시기를 앞당기는 게 급선무였다. 또 화훼작목의 특성상 조직배양을 위해서는 3-4개월 전부터 묘목을 키워야 했다.

이에 관계 공무원은 알스트로메리아 작황사업에 신청한 모든 농민들과 함께 사업신청자 선정전 시범사업 현장을 견학하며 농민들의 의견을 물어 종묘를 구입할 B 업체를 선정, 구두계약을 통해 해당 업체가 묘목을 미리 키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B업체와 C업체가 2만4200원의 견적서를 제출했으며 농민들은 시세를 고려했을 때 타당한 가격이라는 판단 하에 B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입찰에서 떨어지자 C업체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종묘를 2만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나섰다.

최저가 입찰이라는 가격만 고려했다면 C업체로 계약자를 변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 시찰 때 정보를 취합한 결과 C업체는 국화사업단에서도 강제 탈퇴된 믿을 수 없는 업체라는 게 농민들의 의견이었다.

화훼 작물은 구입 후에도 종묘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사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여기에 C업체는 통상적으로 2만5000~7000원선에 종묘를 납품해왔지만 갑자기 가격을 대폭 낮춘 데에 대한 ‘품질 저하’에 대한 의심도 B업체와의 계약을 계속 추진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C업체는 이에 반발해 언론과 기관 등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감사원은 이에 따라 감사를 실시,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시 농업기술센터 A씨는 “나중에라도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C업체로 계약자를 변경했다면 우리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농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절차상 오류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열정을 갖고 진정 농민을 위해 2년간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가 ‘징계’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억울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