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정병욱 교수와 윤동주 시인의 만남
  • 광양뉴스
  • 승인 2014.08.18 10:23
  • 호수 5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문학의 대가 정병욱교수 8
윤동주의 유고시집《바람과 하늘과 별과 詩》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은 본인이 직접 출판한 것이 아니고 3위 일체의 노력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애정의 산물인 것이다. 그를 조명해 보면, 첫째 원고를 쓴 동주는 1941년 늦가을 처음 시 18수를 묶어 졸업 기념으로 출판하려했으나, 서시(序詩)를 짓고 그를 합해 19수가 된 것을 77부 한정판으로 생각했던 것이나 여건상 단념했다.

둘째 유고시의 보존이다. 동주로부터 자필 시 초고를 받은 정병욱은 학도병으로 징집되면서 모친에게 보관을 부탁해 원고가 보존되었던 것이다.

세 째는 발행의 업적인데, 동생 윤일주는 1946년 19세 때 월남했고 형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했을 때 시원고가 있음을 알게 돼 보존 원고와 일본에서 써 보낸 시 5편과 수집, 선별한 7편으로 시집을 탄생케 했다. 후에 증판 부터는 동주의 동생 혜원(여)씨가 가져온 원고까지 합해서이다. 

윤일주는 초고 19편이 보존됨을 알고 형과 가까웠던 동기생과 선후배를 찾아다니며 시집출판에 필요한 시(詩)원고를 수집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우렸다. 당연히 병욱과는 가까워 졌고, 당시 경향신문 주필이던 정지용 시인을 찾아가 형의 시집을 발간코자 하오니 도와 달라고 청원한 결과 드디어 1948년 1월에 발간된 윤동주 유고 시집 초판에 정지용이 쓴 발문은 유명한 문장으로 문학사에 남아 있다.

첫 발간 시집(詩集)은 시 31수〈초고 19수, 일본에서 지어 보낸 5수, 선별된 7수〉로 정음사에서 간행되었던 것이다. 선별된 7수는 동생 윤일주와 정병욱 교수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고시집으로 태어난 초판 72쪽과 초고는 연세대학교 윤동주 기념관에 유품 일체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제 정병욱의 생애에 남은 부분으로 돌아간다. 그는 학도병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조국에 돌아와 해방 다음해인 1946년 1월 31 일 경주 박씨 인숙(仁淑)여사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경성대학(서울대학교 전신)법학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할 때까지 한자공부에 열중했다. 신학기가 되자 탐구의 학업이 시작되었고 이때 도남(陶南) 조윤제, 가람 이병기 선생을 알게 되고 사사하게 된 행운을 얻게 되었다고 술회한바 있다.

학창시절은 일초광음과 같이 흘러갔고, 졸업을 한 병욱은 3남1녀의 장남이고 가장이 되었으니 생업에 종사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일석 이희승 선생의 소개로 모 여자고등학교에 일자리를 얻어놓고 시골로 가솔을 데리려 내려가는 길에 부산에 들렸다가 친구 허 웅(許 雄)에게 잡혀 부산대학에 주저앉고 말았다고 회고한 글이 전해져 오고 있다. 전하는 바로 그때 정병욱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고 한다.
중학시절부터 국문학에 관심이 있었고 일제 때부터 고전을 만졌다는 자부심 하나로 무모하게도 1948년 9월 1일 국립부산대학교 전임강사로 교단에 섰던 것이다. 그때나이  27세로 교단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2년 후 부산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에 연희전문대학교 문과대학 전임강사로 보임을 받게 된다. 그런 후 1955년 12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대우조교수로 시작해 30여 년간 교직에 재임했다. 또한 그동안 사회 활동으로는 국어국문학회 창립회원, 한글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 했으며 이후에도 국문학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62년 8월 12일부터 1년간 미국 하버드 대학 객원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교수로 복귀하게 된다.

그가 고전시가를 전공하게 된 동기를‘한국의 멋과 가락’에서 “내가 한국 사람의 멋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래고보에 다닐 때, 당시의 금서(禁書)로 되어 있던 일본인 미술 평론가 얌나기 소에쓰(柳宗悅)가 쓴《조선과 그 예술》이라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몰래 꺼내다가 숨어서 읽으면서부터였다. 그 책을 읽고서 부터는 우리의 멋은 선(線)의 미에 있다”라고 술회했다. <다음호에 계속>

조동래 시인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