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검토’라는 말 없어진 시민과의 대화
[현장에서]‘검토’라는 말 없어진 시민과의 대화
  • 이성훈
  • 승인 2014.09.01 09:21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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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복 시장이 민선 6기 들어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는 시민과의 대화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나고 있다.

시민들의 질문에 “검토”라는 답변이 거의 빠지고 “된다, 안된다”는 입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또한 광양시는 사전에 질문지를 받았지만 대부분 현장에서 즉석으로 들어오는 질문이 주로 있어서 사전에 읍면동에서 취합한 예상 질문과 답변은 참고용에 불과했다.

그동안 시민과의 대화가 비판받는 가장 큰 원인이 앞서 얘기한 두 가지였다. 질문을 미리 받아두고 시는 거기에 맞는 답변을 함으로써‘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질문만 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 도대체 해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애매한 대답만 들어야 했다. 시민과의 대화가 아니라‘검토 대화’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정 시장은 시민들이 “~을 해줄 것을 검토드린다”고 질문하면 “앞으로 검토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정 시장은 “공무원이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해주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을 반드시 해 달라로 바꿔서 질문해줄 것”을 당부했다.

‘검토’가 빠진 대신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진상에 궁도장을 설치해달라는 질문에“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지금 있는 궁도장 6개를 통폐합해 좋은 환경에서 궁도를 즐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궁도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들어줄 것은 확실히 들어주고 불가능한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답변했다. ‘가부’가 확실해지니 시민들도‘검토’라는 희망 고문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소 딱딱하고 무거웠던 분위기 대신 자유롭게 웃음도 주고받으며 비교적 여유롭게 진행한 것도 색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인사말과 소개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두 시간의 대화 동안 민선 6기 비전 영상과 참석자 소개, 시장을 비롯한 시ㆍ도의원 인사말까지 합하면 약 45분가량 소요된다. 거기에 당연히 취재하기 위해 참석하는 기자들도 소개하고 있으니 여전히 구태의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개를 과감히 생략하고 시정 홍보 역시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참석자 대부분이 이ㆍ통장이나 지역 기관장들이니 누구보다도 시정을 잘 알 것이다. 형식을 과감히 줄이고 그 시간에 시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좋다. 아니면 시민과의 대화를 먼저 하고 시간이 남으면 영상을 소개해도 된다.

이기욱 봉강면청년회장은 “대화가 중요하지 홍보 영상과 인사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이런 부분을 과감히 개선해 시민과의 대화가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