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뛴다-음주운전 단속현장 동행 취재
기자가 뛴다-음주운전 단속현장 동행 취재
  • 도지은
  • 승인 2014.11.10 11:21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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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한 잔은 괜찮겠지…”

왼쪽에서 2팀장 이시행경위, 오석현 교통관리계장, 3팀장 양시영 경위, 서상균 경위, 김태규 경사, 황창하 경사.
무모한 방심이 큰 화 불러온다-음주운전, 자신은 물론 상대방 생명까지 앗아가는 범죄

방송과 언론, 각종 캠페인을 통해서도 줄지 않는 음주운전. 음주운전은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내 자신, 그리고 상대방의 인생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심각한 범죄인 음주운전이 우리나라의 관대한 술 문화 탓에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음주운전 차량이 시장을 돌진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음주 뺑소니 사건도 수없이 일어난다.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도 늘 접하고 있다. 광양신문이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음주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해가 지고 어두운 저녁이 될 무렵이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시내에 나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시원한 알콜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것은 일상 속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이며 또 평범한 사람들의 저녁시간이다. 이렇듯 평범했던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는 범죄자나 살인범으로 전략하기도 한다. 이런 끔찍한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음주단속, 고생하는 경찰들과 함께 그 현장에 뛰어 들었다!

더더더~ 더더더 불어보세요! 풍선 불듯이 불어야 합니다

 지난 10월 17일 저녁 8시 15분 광영동에서 커뮤니티센터로 들어가는 도로. 음주단속을 시작하자마자 10여 분 만에 한 여성이 음주단속에 걸렸다. 얼굴은 발그레 딱 봐도 취한 상태, 그녀는 음주측정결과 0.094로 면허정지를 받았다. 그녀는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키우던 강아지가 암으로 죽어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한 잔했다”며 하소연했다.

음주측정 후 묵묵히 들어주는 김태규 경사는“안타깝죠, 하지만 이렇게 해야 사고를 방지하는 거니까요.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씁쓸하게 웃으며 한 마디 남긴다. 하지만 개인 사정을 봐줄 수 없다. 김 경사는 이 여성을 원칙에 맞게 집행하고 또 다른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경찰들은“이제 술꾼들이 모일 시간”이라며 자세를 곧추 잡았다.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일일이 음주측정을 해보니 줄줄이 차량 두 대가 연이어 걸렸다. 회식을 하고 집에 가는 중에 딱 걸린 것이다.

“보통 얼마나 나와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어보는 20대, 물만 꾸역꾸역 마시는 직장 동료,“입가심으로만 헹구고 그 다음부터 물마시면 안 됩니다!”경찰들은 단호했다. 줄줄이 단속에 걸리다보니 현장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갔다. 기분 좋게 회식한 그날, 그들은 면허 100일 정지라는 쓰디쓴 안주값을 치러야 했다.

도망가는 자와 쫓는 자

 갑자기 경찰들이 경찰차를 타고 황급히 출동했다. 따라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던 기자에게“단속불빛보고 옆 골목으로 가는 차 잡으러 가는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의경.‘삐용삐용’ 소리와 함께 경찰차를 몰며 도망간 트럭기사를 잡은 후 음주측정에 들어갔다. 측정결과 훈방이었지만, 면허 미지참으로 검사를 하니 면허 정지였던 상태였다. 이 트럭기사 역시 100일 추가 정지와 벌금을 받았다.

현장을 취재하니 차 안에서 운전자를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음주단속에 걸린 한 가족은 차 안에서 운전자를 바꾸는 행각을 벌였다. 그냥 넘어갈리 없는 경찰에게 딱 걸렸다. 본인들도 민망한지 그저 웃으며“죄송합니다”를 연신 되풀이했다.

재밌는 것은 음주측정 결과 훈방이었다는 것이다. 양시영 경위는“얼마먹지도 않았는데 뭔 운전자를 바꾸고 그래요~” 허탈해 했다. 양 경위는“술을 먹은 사람은 멀리서 봐도 안다”면서“그들은 지레 놀라서 주춤거리거나 멈춘다”고 말하며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떤 운전자는 취재하고 있던 기자에게 돌연 화를 내기도 했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려고 끝가지 발뺌하는 사람들, 여기저기에 전화해 빠져나오려는 사람들까지 음주단속 현장은 그야말로 ‘천태만상’(千態萬象)이었다. 이날 음주단속에서 면허 취소 2건, 정지 3건, 훈방처리 6건으로 총 11건이 적발됐다. 양 경위는 “음주단속 할 때마다 왜 이렇게 계속 걸리는지 도통 모르겠다”며“차를 놔두고 술자리에 가면 간단한 일인데도‘설마 한잔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고 씁슬해했다. 

음주운전 사고 해마다 증가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우리지역 음주운전사고 발생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전체 교통사고의 약 7%에 불과하던 음주교통사고는 지난해 12%로 늘었고 올해는 10월 현재 683건의 교통사고 중 음주사고는 108건으로 집계됐다. ­­광양경찰서는 이에 따라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불시에 음주단속을 펼치고 있다.

누군가의 고귀한 생명과 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그것도 아주 순식간에 앗아가는 일. 그것은 정말 끔찍 일이다. 

인터뷰

오석현 광양경찰서 교통관리계장
“음주운전,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 생명도 앗아가는 범죄”

오석현 광양경찰서 교통관리계장

“음주운전 적발하면 누가 됐든 절대 봐주지 않습니다.”

오석현 광양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의 대답은 단호했다. 흔히 음주단속에 걸리는 사람들은 적발되자마자 여기저기에 전화부터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 계장은“음주 운전자를 적발하면 어느 누구의 청탁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걸리면 순순히 경찰들의 말을 잘 따르는 게 뒤탈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음주 단속 위치와 시간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오석현 계장은“음주단속은 매주 두 번씩 장소와 시간을 즉흥적으로 정한다”며“교통경찰들이 음주단속 직전 장소를  정해 알려주기 때문에 그 전까지 서장님은 물론, 담당인 저도 전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경력 35년차 베테랑 경찰인 오 계장은 교통과에서 12년을 몸담으며 웃지못할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는“처남을 면허 정지시켜 1년여를 남처럼 살았던 적도 있었다”면서“결론은 누가 됐든 절대 봐주는 것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 계장은 이어“단속을 할 때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면서“우리는 단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단속을 하기 때문에 경찰들을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오석현 계장은 끝으로“시민의 안전과 음주운전근절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교통관리경찰은 음주운전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