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 최혜영 기자
  • 승인 2015.10.16 19:09
  • 호수 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보다 가까운’과‘카쉬미르의 소녀’

20살을 맞은 명실 공히 아시아 최고의 권위의 영화제로 각광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난 6일 한국언론재단 지역현장연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전날 들뜬 마음에 잠을 살짝 설치고 오른 버스에서 두근거림은 모집 장소인 부산역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매스컴 여기저기서 들러오는 영화제 소식과 달리 부산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어젯밤 아침에 혹시나 부산가는 차가 만원이라 차를 못타면 어쩌나 부산역에 밀린 인파로 일행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순전 촌년인 나의 착각이었다. 사는 동안 영화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필자의 기대가 너무 컸나 싶다.

일행과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누고 도착한 곳이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상영중인 저스틴 러너 감독의 ‘피보다 가까운’ 영화를 먼저 만났다.
 

영화 '피보다 가까운' 감독 저스틴 러너 감독 인터뷰 현장

아버지를 따라 예일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데이비스는 학자의 길은 맞지 않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사랑하는 여자 친구 캐시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사촌이라고 말하는 알렉시스가 찾아온다. 사촌은 커녕 삼촌도 없었던 데이비스는 혼란스러워하며 직접 사촌을 찾아가며 감추어진 아버지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줄거리부터 화면의 색채, 영화의 분위기까지 스릴러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피보다 가까운’은 감춰진 가족의 비밀과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촌의 존재, 그리고 낯선 이에 대한 호기심을 다룬 영화다.

2014년 BIFF에 공식 초청되었으나 감독의 방문 일정 등의 이유로 상영이 불발되었다가 올해 다시 부산을 찾게 된 특별한 작품이다. 자신의 영화가 해외에서 상영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저스틴 러너 감독을 한국언론재단에서 단독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러너 감독은 인터뷰 내내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며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영화를 먼저 보고 감독을 만나 제작과정을 듣고 궁금한 부분을 이해하니 그냥 영화만 본 것보다 더 깊은 관심이 생겨 다시 한 번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며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일 저녁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는 2시간 40분 동안 5천명의 관객들 사이에서 인도 냄새가 물씬 나는 ‘카쉬미르의 소녀’를 관람했다. 처음엔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반신반의로 선택한 영화라 별 기대 없이 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너무 커져 인도영화를 무한사랑하게 되었다.

기차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린 다섯 살짜리 파키스탄 소녀(하르샬리 말호트라)를 우연히 돌보게 된 착실한 힌두교 신자인 파반(살만 칸)이 인도에서 소녀 샤히다를 파키스탄의 카쉬미르까지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무한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가 간의 대립문제나 힌드두교와 이슬람교와의 다른 종교적 문제 등 우리나라 문화와 다른 부분이 있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카비르 칸 감독이 독특한 뮤지컬느낌으로 흥미롭게 풀어가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세계 75개국 30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영화관람 외 다른 볼거리가 전무하고 관객에 비해 영화제 관계자들이 더 많아 못내 아쉬움을 더했다. 2006년 출범해 올해 2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21회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명실상부 최고의 아시아 영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