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아름다움 되는 사회
다름이 아름다움 되는 사회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2.27 17:26
  • 호수 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실 “꽃피는 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 피는 꽃도, 가을에 피는 꽃도, 심지어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그러니 “꽃피는 가을이 오면”이라는 말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많은 꽃들이 봄에 핀다. 그렇다고 모든 꽃은 다 봄에 피어야 하고, 다른 계절에 피는 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꽃피는 가을이 오면”이라는 말이 틀렸다고 하지 않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 
광양 매화 축제를 이른 봄에 한다고 해서 강원도 봉평에서도 봄에 꽃 축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봉평 메밀꽃 축제에 간 적이 있는데 가을이었다.
 
봄이 아니라 가을에 꽃 축제를 한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을의 드높은 하늘 아래 들판 가득 핀 봉평 메밀꽃은 절로 꽃의 축제를 펼치고 있었다. 아직은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이른 봄 광양의 매화가 매혹적이듯 가을에 피는 봉평 메밀꽃도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광양에 살면서 몇 년 전 말로만 듣던 설중매를 본 적이 있다. 성급히 핀 매화 위로 새 봄을 시샘하듯 눈송이가 내린 것이다. 매화는 이른 봄에 피어 우리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섬진강 변에 피는 꽃들도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 진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는가? 섬진강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장 먼저 피는 매화가 피었다 지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피었다 질 때면 배꽃이 핀다. 자기가 피어야 할 개화시기에 맞춰 차례차례 피는 꽃들은 개화 시기가 다름으로 더 아름다운 섬진강변의 꽃 향연을 만들어 낸다.  

꽃피는 시기 뿐 아니라 색깔과 크기, 모양 등 그 다름이 아름다운 꽃 세상을 만들어 내듯 다름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유독 인간의 삶은 다름이 갈등을 만들어 낸다. 사람마다, 집단마다 서로 생각이 다를 뿐 아니라 각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하기 때문에 다름은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만들어 내고 만다. 염려스러운 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도가 지나쳐서 양극화 현상을 보이며, 공멸의 위기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역갈등, 이념갈등, 계층갈등, 노사갈등, 종교갈등, 세대갈등, 인종갈등과 같은 첨예한 대립구도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깨트리고 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획일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만이 옳고, 자기와 다른 것은 틀렸다고 매도하며 대화가 사라지고 화해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점점 사람들의 삶을 아프게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오로지 힘으로, 숫자로 밀어 붙이는 사회 분위기는 그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대부분의 꽃들이 봄에 피지만 다른 계절에 피는 꽃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꽃의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할텐데... 

현대 사회는 다원주의 사회이다. 다원주의 사회란 사회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사회의 조직과 구조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를 말한다. 획일주의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다름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은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는 축복이다. 왜냐하면 다름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지듯 우리 지역 사회가 아름다운 화음이 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이 존중되어야한다. 특히 힘이 있는 자는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열어가는 열쇠이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노동자와 회사, 노인성질환을 앓는 어르신들, 사춘기의 청소년들, 외국이주여성들, 장애우들....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고, 소외계층들을 배려할 수 있는 아름다운 광양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름이 아름다움 되는 광양” 생각만 해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