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광양매실, 6차 산업화 정책으로‘탈출구’찾아야
위기의 광양매실, 6차 산업화 정책으로‘탈출구’찾아야
  • 김보라
  • 승인 2016.06.03 21:20
  • 호수 6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적 재배 면적 확대로 2년째 가격 하락
전국적으로 매실 재배면적 확대로 광양매실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매실 콘텐츠를 개발해 판로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청과사업국과 광양매실 판매촉진을 위한 MOU 체결식

매실 산업의 위기다. 매실 재배면적이 전국 각지로 확대되면서 광양 매실은 고유성과 특별함을 인정받지 못한 채 전국 각지의 상품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광양시는 유통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 하는 등 유통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매실 농민들은“매실 관련 음식, 체험, 문화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광양매실, 현주소는?

산지에서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된 매실은 지난 2년간의 낮은 시세에서 벗어나 올해 첫 매실 시세가 비교적 양호하게 형성돼 있다.

매실은 5월 중순경 초두 물량을 선보이고 이후 6월 한 달 간이 주 출하기인데 올해의 경우 조생 품종인 천매가 개화기 저온 피해를 입어 물량이 많이 줄어들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경매시장에서는 10kg 기준 평균 단가가 2만원에 형성, 1만5000원에서 1만6500원선에 형성됐던 최근 2년보다는 초반 시세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되는 6월 이후부터는 공급과잉으로 매실값 하락이 예상된다.

광양 매실은 일조량이 풍부해 최상급의 품질로 분류되며 시장에서 타지역 상품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돼 왔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광양매실’의 이름값이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가락시장 산지별 가격표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자 광양매실 10kg 평균 가격은 1만6765원으로 1만7646원인 순천에 비해 900원정도가 저렴했다. 이어 하동 1만4227원, 고흥 1만3043원, 진주 9881원 순이었다.

다음날에는 광양 매실이 1만4946원으로, 1만4922원의 평균가를 기록한 순천을 앞질렀지만, 가격차이가 크진 않았다.

이에 한 매실농민은“예전에는 광양 매실이 가장 유명하고 좋다는 생각에 시장에서 월등하게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니 사람들이 품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상품위주로 찾는다”면서“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다 보니 되도록 직거래로 팔려고 하지만 직거래 상황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어 인건비는 커녕 농약값도 안 남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농민은“유기농에다가 광양매실이라는 점을 앞세워 직거래 판매를 고수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판매 정책을 쓰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주문량이 1/3가량 줄었다”면서“앞으로 경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데, 판매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찾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광양매실, 시장경쟁력 하락 이유는?

가장 큰 원인은 전국적인 재배면적 확대다. 원래 매실은 우리나라에서도 남부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지리적인 특수성을 지닌 온대 과실이다.

중부이북의 매화나무는 꽃은 피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상승하면서 낙동강쪽까지도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으며 강원도에서도 재배를 하기도 한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약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초보자도 기르기 쉬운 작물이라는 점도 재배 면적이 확대를 도왔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남도, 광양시의 행정자료에 따르면 2000년 기준 매실은 전국 1034ha에서 7743(m/t)가 재배된 데 비해 2015년에는 6499(ha)에서 4만1245(m/t)이 생산되고 있다. 15년새 생산량이 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광양은 2000년 기준 전국 매실 생산 16.3%를 생산했다. 2008년 28%로 최고 비중을 기록한 후 하향세로 돌아서 2015년 전국 생산량의 22.6%을 차지했다.

매실청이‘건강한 단맛’의 대명사로 매스컴에서 홍보되면서 상품성이 높아지자 전국적으로 재배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실청을 대체할 수 있는 각종 과실청들이 개발, 소개되면서 청, 술, 장아찌 외엔 활용도가 많지 않은 매실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시각도 있다.

또 생매 기준 10kg~20kg만 있으면 1년 먹을 매실청이나 술 등을 충분히 담글 수 있기에 나무 한 두 그루를 심어 직접 수확해서 먹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2% 부족한 광양시의 매실 정책

시는 광양 매실의 홍보와 마케팅, 판로확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가공센터 건립으로 매실 산업의 부흥을 이끌고자 한다.

올해 광양 매실 출하와 함께 시는 올해 총 생산량의 50%정도를 수매하기로 농협과 협약을 맺었다. 또 오는 7월까지 전국 이마트, NC백화점 등 수도권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해 판촉활동도 전개한다.

지난 28~29일 이틀간 다압면 매화마을 주차장에서 광양시 매실연구회와 다압면 매실연구회가 주관하는‘광양매실 체험 직거래장터’도 운영했다.

매실 시장 확대를 위해 각 학교에 매실청을 공급하는 한편, 매화빵이나 매실을 활용한 음식 레시피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30억원을 들여 올 8월 준공을 목표로 다압면 신월리 일원에 매실 가공·유통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시는 매실 가공·유통센터를 통해 매실 농축액과 장아찌, 우메보시1차 가공(염장절임) 상품을 생산,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길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 현재 30여 종에 불과한 가공상품을 100여 종으로 늘리고, 소포장에서 고가에 이르는 상품 다양화에 주력하는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전략 상품 개발에도 한창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실의 재배, 가공, 상품연구, 관광, 체험, 판매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홍쌍리 명인의 청매실 농원 사례를 본보기로, 광양 매실 산업의 6차 산업화를 꾀해야만 내수 시장 확대와 수출 등 장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치 박물관, 최첨단 김치haccp공장, 김치체험장, 전시판매장, 연구소 등을 한자리에 설립, 매년 세계김치문화축제를 통해 김치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김치타운이나 최근 개관한 하동의 차문화연구소 등을 벤치마킹삼아 ‘매실 문화 타운’혹은‘매실 문화 축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매실 농민은“광양시에서 매년 3~4억 들여 매화 축제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특정인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빛 좋은 개살구인 매화 축제보다는 지금 같은 시기에‘매실 문화 축제’를 여는 것이 더욱 가시적인 경제 효과를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매실 직거래 장터는 고작 2000만원 들여 이틀 반짝하고 끝내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농업기술센터 매실원예과 관계자는“2008년 매실 연구소를 건립하기 위해 국가 공모사업에 신청했는데 2009년부터 정부가 신규 연구소 사업을 억제하는 방침을 펼치고 있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100억원이 넘는 건립비용과 매년 4~5억원의 유지비용이 예상되는데 자치단체 자체 예산만으로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