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케어로봇 ‘애물단지’ 전락하나
배설케어로봇 ‘애물단지’ 전락하나
  • 김호 기자
  • 승인 2020.12.07 08:30
  • 호수 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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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대중 23대 미활용 ‘방치’
대상자·사용자 모두 ‘불편’
서영배 의원이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집행부에 질문을 하고 있다.
서영배 의원이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집행부에 질문을 하고 있다.

광양시가 전국 최초로 노인요양원 등 시설에 보급한‘배설케어로봇’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는 지난해 4월부터 노인 요양원 9곳과 재가 복지시설 등에 배설케어로봇 64대를 보급했지만, 36%에 해당하는 23대가 활용되지 못한 채 각 시설에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로봇배설케어가 노인요양시설에서 외면을 받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기저귀 컵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접촉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피부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로봇케어 사용 시에는 어르신들 체위 변경 어려움과 대변이 굵은 경우 연결호스 구멍이 좁아 막힘 현상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광양시는 그동안 제작업체들과 꾸준히 협의해 상당수 개선했지만 불편함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요양보호사들이 로봇을 제대로 활용해 업무부담을 덜어야 함에도 기존 기저귀 방식으로 대소변 처리를 선호하고 있다. 

사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데다 장비 관리도 불편해 업무량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3일 열린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전략정책실’정책질의에서 서영배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서영배 의원은“지난해 노인요양원 등에 보급한 배설 케어 로봇을 각 시설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무용지물이 된 장비에 대해 집행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누워있는 자세도 다른데 로봇이 체형에 맞게 착용하기 어려워 배설물이 새고 요양보호사, 어르신들도 불편해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제작 업체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사용법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숙지하도록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선미 전략정책실장은“올해 희망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로봇 사용법 교육을 1개소 당 3일 정도 계획했었다”며“다만 코로나 영향으로 요양시설에서 외부 방문객을 엄격하게 제한해 교육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배설케어로봇’은 사용자의 배설을 감지해 연결된 호스로 대소변을 빨아들이며 항문 세정 및 건조를 돕고, 탈취필터를 거쳐 냄새도 줄일 수 있는 장비다. 

광양시는 요양보호사들의 부담도 줄이고 로봇을 이용해 깔끔하게 대소변 처리, 기저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줄이기 위해 2018년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로봇 활용 사회적 약자 편익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공모 선정 후 전남테크노파크와 스튜디오 크로스컬쳐, 큐라코 등은‘부모사랑효돌’로봇 300대와 배설케어로봇 64대를 제작했다. 

이중 배설케어로봇 총사업비는 7억원(국비 5억, 시비 2억)으로, 로봇 1대당 1000만원이 넘는 고가 장비다. 

시는 배설케어로봇을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원, 병원 등에 총 64대를 보급했고, 광양공립노인전문병원에 20대를 보급했지만 상당수 로봇이‘무용지물’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