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방청석 난간 개방 ‘고민되네’
시의회, 방청석 난간 개방 ‘고민되네’
  • 모르쇠
  • 승인 2008.05.22 09:20
  • 호수 2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단체 “권위주의적 발상, 즉각 개방해야”
 
광양시의회 본회의장에 설치된 방청객과 의원 사이에 있는 난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측에서는 ‘권위주의적이라는 발상’이라며 즉각 개방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개방에 반대하고 있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개방 여부에 대해 각자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요섭 광양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의회 청사를 이전하고 열린 의회를 구현하겠다는 광양시의회가 정작 본회의장에서 주민들과의 통로를 막고 있는 것은 닫힌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옛 산업은행 자리로 옮긴 의회 청사 1층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길은 방청객 출입문과 집행부 출입문, 의원 출입문 등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본회의장 맨 앞에는 의장석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 의원석, 집행부석, 방청객석 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좌석 사이에는 경계를 알리는 난간이 각각 설치돼 있다.

이중 집행부석과 의원석 사이의 난간은 맨 끝이 개방된 반면, 집행부석과 방청객석 사이의 난간은 모두 막혀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민단체 측은 방청객과 의원들 사이의 경계를 가로막는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요섭 사무국장은 “개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을 이렇게 막으면서까지 의정활동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는 광양시의회의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의원 대부분, “방청객 난간 개방에 찬성”
 
의원들 사이에서도 방청석 난간의 개방 여부를 놓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장석영 부의장은 지난 20일 시민단체의 지적이 있자 “양쪽을 모두 개방해야 옳다”며 개방에 찬성을 보였다. 이돈구 의원은 “열린 의회를 표방하고 있는 의회에서 방청석과 단절됐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방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개방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현완 의원 역시 “의원, 집행부, 시민 모두 같은 사람 아니냐”면서 “양쪽 모두를 개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장명완 의원도 “시민단체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본회의가 끝나고 주민들을 만나려 보니 가로막혀 있어서 인사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며 개방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정순애 의원 역시 “본회의가 끝난 후 주민을 직접 만나려 하니 서로가 불편했다”며 “문제가 없다면 개방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주민과의 소통이라는 면에서 개방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의원도 있었다. 강정일 의원은 “난간의 개방 여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개방을 해도 그렇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심 의원은 “방청석 난간 개방 여부는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냐”며 “딱 잘라서 개방에 찬반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박노신 운영위원장, “본회의장은 엄격중립 지키는 곳”
 
이에 대해 박노신 운영위원장은 “방청석 난간은 최소한의 상징적인 요소”라며 “절대 개방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 본회의장에는 방청석이 구분돼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는 의회가 권위주의를 내세우려는 것이 아닌 엄정중립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방청석 난간 개방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본회의장은 의사 결정을 하는 곳으로 외부에 어떤 압력을 받아서도 안되고 의원들 역시 엄정 중립을 지키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아는 방청객들이 있다고 해서 서로 만나고 인사를 나눈다면 자칫 공사 구분이 흐트러질 것 이라는 게 박 위원장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는 “의회에 주민 접견실도 있고 본회의장을 나가면 얼마든지 주민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만남을 굳이 본회의장에서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흔히 얘기하는 ‘형님, 동생’이라는 사적인 인사만큼은 본회의장에서 자제하자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방청객 중에는 의회에 상정된 각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민이 입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들이 이들과 회의 시작 전에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면 과연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일 방청객 난간이 개방돼 의원, 집행부, 주민들이 소통을 한다면 질서가 흐트러지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회사무국은 이 같은 지적이 있자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설계를 했을 때부터 난간 개방 여부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개방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난간 맨 양측 맨 끝을을 개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 운영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박노신 운영위원장이 개방 반대에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방청객 난간 개방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결국 의원들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