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 일기 쓰는게 가장 즐거워요”
“싸이월드에 일기 쓰는게 가장 즐거워요”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4.05 10:01
  • 호수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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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새로운 세상 즐기는 박수자 할머니
 
나이가 들어 늙은이가 되면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도 말고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늘그막에 내 몸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냐?
아프면 안되오. 멍청해도 안되오.
늙었지만 바둑도 배우고 기체조도 하시구려.
어차피 삶은 환상이라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시구려. (일부 생략)
 
요즘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ID명 ‘노신사’가 올린 ‘사이버 발언’이다. 비슷한 연배의 카페 회원들은 황혼의 단상과 지혜가 담긴 잠언 같은 그의 말에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지역에도 “컴퓨터에 대해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시간이 아까워요”라며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는 할머니를 지난 2일 만났다.

주인공은 중마동 무등파크에서 막내아들과 함께 지내며 예순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사는 박수자(65세)씨다.
그는 “컴퓨터를 배워 내 삶은 즐거움의 연속이에요”라며 “처음엔 컴퓨터가 무서워 배우지 못할 것 같았다”며 처음 배울 때를 상상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지금은 싸이월드에 일기쓰는게 가장 즐거운 일’이라며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산다는 게 축복이라고 즐거워했다.

그와 컴퓨터와의 만남은 지난 200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연인 즉, 지난 2000년 중마동 성당 신부님의 권유로 광주 가톨릭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2002년까지 신학아카데미를 이수 한적이 있다. 또한 2005년에는 교리교사양성과정을 이수 하는데 노(老)학도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자필로 제출했던 리포트를 이제는 컴퓨터로 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박씨는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은 노력에 의해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 컴퓨터를 다룬다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일수밖에.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에 장애가 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평생교육원에서 컴퓨터를 배웠다는 사실을 알고 그즉시 당장 평생교육원으로 달려갔다.
광영동의 평생교육원의 ‘어르신 컴퓨터수업’은 수강생 24명이 정원이라는 것에 행여 수강조차 못할까봐 새벽같이 평생교육관을 찾아 첫 번째로 등록을 마쳤다.
 
그렇게 해서 만난 평생교육관 어르신컴퓨터 교실은 그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인연이 됐다.
“처음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는 마우스 잡는 것 조차도 무서웠어요. 누르면 부서질 것 같고 잘못 클릭하면 이상이 생길 것 같았다”며 회상을 하는 그는 지금은 웬만한 것 빼고는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정도다.
박씨는가족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즐거움은 없었을 것‘ 이라고 고마움을 전한다. 당시 광주 가톨릭대학 신학아카데미에서 공부 하려고 고민하고 있을 때 딸이 학비를 대 주었고, 눈이 안좋아 돋보기와 안경을 번갈아 끼며 공부하는 어머니를 보고 아들이 안경을 맞춰주는 등 가족들은 어머니가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

평생교육원 배경호 지도 교사는 “박수자 할머니는 적극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한 분이다”고 평가했다. 배씨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정보화 시대에 배움의 끈을 놓고 사는 게 안타깝다”며 “많은 분들이 배움을 통해 즐거운 삶을 추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노인들에게 “배움을 절대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면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마동 성당에서 처음 입문하는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고 지금은 POP(손글씨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POP 또한 열심히 배워 그의 작품이 평생교육관 전시관에 걸리는 게 소박한 꿈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더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도 시간과 몸이 허락될때까지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 젊은 세대와 같이 느끼고, 보고, 간다고 생각하니 살 맛이 나더라. 더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노인들도 따라가야 할 것 아닌가.” 컴퓨터를 애써 외면하는 실버 세대에게 앞서간 웹버 전도사가 진심으로 건네는 ‘정보화 복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