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바뀌면 사회의 눈도 바뀔 것”
“선생이 바뀌면 사회의 눈도 바뀔 것”
  • 광양넷
  • 승인 2007.05.17 09:40
  • 호수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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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교육 그림 그리는 한문수 광양여고 교장
광양여고 3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15일이 스승의 날인데 이런 선생님을 광양신문에 기사화 할 수는 없을까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본지에는 1통의 제보 메일이 날아들었다. 광양여고  교장에 대한 취재요청이 그것이다. 처음엔 자신의 딸이 다니는 학교장에 대한 과한 홍보(?)이려니 하고 그냥 지나치려했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는 기자에게 들려주는 여고 학부모들은 “학교를 변화시키는 참스승”이라고 한결같은 극찬이었다.

14일 저녁 9시께 자율학습 중인 광양여고를 찾았다. 학교는 창문사이로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학생들의 자율학습때문이다. 그런데 이시간이 되도록 퇴근을 안하고 학교를 지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한문수(60) 교장이다. 한 교장의 퇴근은 3학년 학생들의 자율학습이 끝나는 자정무렵에 비로소 학생들과 함께 귀가한다. 이는 지난 3월 부임 후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유인즉 광양여고를 제2의 중흥기로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들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인 한교장의 자충수인 셈이다.

“광양시민들의 요청으로 여고에 왔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뜻이 뭔지 파악하고 그 요구에 부응해야 지요. 그래서 학교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먼저 아이들 입장에 서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광양여자고등학교 한문수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그는 “37년의 교원생활동안 항상 아이들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려 하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가르쳐왔다”며 자신의 사명감을 나타냈다.

광양여자고등학교는 올해 한교장이 부임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학생들의 두발도 25Cm로 제한했다. 머리가 너무 길면 등교때 머리 손질하느라 30분 이상을 허비하는 그 시간을 절약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활용키 위함이었다.
 
“부임해 보니 학생들 50% 가량이 머리가 길었는데 안되겠다 싶었죠. 대학은 시간싸움인데 머리가 너무 길 경우 손질하는데 많은 시간이 허비되기 때문이죠. 그 시간을 월과 년으로 환산하면 엄청납니다. 또한 매 분기 90명 가량의 학생들이 선행상을 받는데 상장 내용을 보면 이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라는데 학생이 머리가 너무 길어서야 품행이 방정하겠습니까. 그래서 머리 규정을 넘긴 학생들은 선행상을 받지 못합니다. 이는 전적으로 동의를 해 준 학부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교장의 여고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기 위해 퇴근도 학생들과 밤늦게 하지만 학교 기숙사 사랑도 남다르다. 그는 기존 기숙사에 교사를 숙식하게 했다. 학생들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다. 교사들은 새벽 2시까지 학습 지도를 하고 잔다. 과거처럼 음식물 반입을 했다가는 즉각 퇴사조치가 뒤따른다.
 

특히 한교장은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 이후 밤늦은 귀가에 부모들이 가슴 졸이는 것을 방안 끝에 해소했다. 한교장은 지역 버스 운송업체와 정식 계약을 체결해 광양읍 외곽지역과 중마.광영동으로 귀가하는 학생들을 집앞까지 버스로 데려다 준다. 또 점심 급식 시간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평소 350석인 급식실은 850명의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맨 나중 급식을 받는 학생은 점심을 제대로 먹지못하고 오후 수업에 임하는 게 다반사였다. 한교장은 당장 학생 5명을 자원봉사로 명명했다. 이른바 배식 담당을 지정한 것이다. 배식담당이 늘어나자 학생들은 여느때와는 다르게 두줄로 급식을 하게되자 급식시간은 15분이 단축돼 모든 학생이 제시간에 점심을 먹을 수 있게됐다. 배식봉사 학생 5명은 급식비를 면제해 줬다.

이렇듯 부임 2달 남짓한 한 교장의 행보로 광양여고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개교 32년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교장은 부임 이후 지역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고 광양여교를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만들기 위해 학부형과 더불어 학생의 능력을 고려한 다양하고 참신한 교육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의 힘은 무엇보다 전적으로 자신을 믿고 이해해 주는 학부모들의 힘이 크다.

그는 전북 순창출신으로  조대부고와 1971년에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36년간 농ㆍ어촌 학교에 두루 근무했다. 신안 팔금중 근무때는 어머니 합창단을 만들어 ‘열린학교’ 등으로 화제가 됐었고, 여수 무선중학교 교장때는 학교까지 이어지는 노선버스를 신설시키는 등 그가 부임하는 곳마다 아름다운 사고(?)를 치는 바람에 학교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해결사로 회자되고 있다. 그는 2003년 9월1일 교장으로 승진했으며 올 3월 광양여학교로 왔다. “항상 연구하고 자기발전을 가져야만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교육이 발전하는 것”이 그의 교육발전이론이다.

한문수 교장은 “교사들이 변화에 순응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며 “선생님들이 바르면 사회의 눈도 바뀔 것이라고 교직원 스스로의 태도에 모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