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무원이 건설노조 간부로 둔갑
시청 공무원이 건설노조 간부로 둔갑
  • 지리산
  • 승인 2007.05.31 09:09
  • 호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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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실수가 빚은 황당한 헤프닝

광양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생 공무원으로 몸담고 있던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건설노조 간부로 둔갑한 것이다. 이는 건설노조 조합원과 김 씨가 동명이인(同名異人)으로 하동경찰서의 어처구니 없는 행정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 사건은 지난해로 거슬러간다.
전남동부 경남서부 건설노조는 지난해 6월 경남 하동군에 있는 화력발전소 정문과 후문 앞에서 2006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준수 촉구 및 부당노동행위 규탄 결의대회명칭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7월 10일부터 집회를 개최했다.
건설노조는 집회도중 조합원 일부가 화력발전소의 기물을 파손, 공무집행방해, 비조합원의 업무 방해, 질서유지 준수 위반 등의 혐의로 하동경찰서로부터 출석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하동경찰서가 보낸 출석 요구서 중 하나는 엉뚱하게도 공무원인 김 씨 앞으로 전달된 것이다.
김 씨는 자신에게 온 우편물을 확인해보니 노조 관계자와 동명이인이었던 것을 알았다. 김 씨는 이에 하동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시청 공무원이 무슨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느냐”면서 곧바로 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당시 하동경찰서 측이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면 신원조회를 통해 조치하겠다는 말을 듣고 주민번호를 가르쳐 준 후 해결된 줄 알고 이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러나 지난 28일 이번에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공소사실이 담긴 약식명령서가 김 씨에게 또다시 날아왔다.  이에 김 씨는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에 연락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법원에 알아본 결과 본인인지 아닌지는 재판을 받아보고 판사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꼼짝없이 시청 공무원인 김 씨가 법원에 출두해야 할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노조 측은 주변 가까운 변호사에게도 의뢰했으나 같은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노조는 28일 하동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항의했다. 그러자 하동 경찰서 측은 “그럴리가 없다. 해당 피고인이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지장까지 찍고 갔다”면서 “그렇다면 직접 찾아와 본인인지 아닌지는 지문대조를 해보자”며 김 씨가 하동경찰서로 직접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장은 고사하고 하동경찰서를 가본 적도 없는 김 씨로서는 하동 경찰서 측의 답변을 듣고 더욱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화가 치민 김씨는 28일 노조 측과 함께 하동경찰서로 찾아가 진상을 확인키로 했다. 당일 점심시간이 지난 후 출발했던 김 씨는 하동으로 가고 있던 중 하동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유인즉 사실을 확인해보니 건설노조 조합원이 김 씨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였다. 하동경찰서 측은 “확인해보니 착오가 있었다”며 “해당 검사와 연락해 김 씨가 앞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시켰다”며 사과했다. 재차 확인을 받은 김 씨는 하동경찰서 측의 사과와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서  황당한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맡은 하동경찰서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에 근무했었던 직원이 행정상의 착오를 일으켜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김 씨는 “지문도 똑같다는 말을 듣고 난 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같은 지문이 나올 수 있었는지 너무나 황당했다”며 “마무리가 잘 돼 그나마 다행이다”고 한숨을 돌렸다. 노조 관계자는 “동명이인일 경우 신원조회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처음부터 제대로 파악을 하지 않고 처리하는 바람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도 이렇게 황당한 일을 당하는데 민원인들은 오죽 하겠느냐”며 “경찰서는 물론이고 모든 기관에서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