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구황마을 주민 “이장 임명 철회하라” 반발
진상 구황마을 주민 “이장 임명 철회하라” 반발
  • 지리산
  • 승인 2007.05.30 22:17
  • 호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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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 주민들-“주민 의사에 반한 이장 임명은 부당하다”


광양시-“법적 하자 없어, 검토 후 처리하겠다”
진상면 구황마을 이장 임명을 놓고 구황마을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8일 구황마을 주민 40여명은 시청 회의실에 모여 “진상면장은 다수 주민이 추천한 이장 후보자보다 소수 주민이 추천한 자를 이장으로 임명했다”며 “이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부당한 처사다”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또, “이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킨 서상기 진상면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광양시는 “구황마을 신임이장 임명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는 또 “이통반장의 임명권은 해당 읍면동장의 권한이다”며 이성웅 시장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시장실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하는 등 한때 고성으로 인해 시청 관계자와 몸싸움 일보직전 까지 갔다.

이날 구황마을 주민 김재철 씨는 “지난 23일 이장후보자 추천 시 주민 20명중 16명이 노 아무개씨를 추천했다”며 “그러나 서상기 면장은 이를 무시하고 4명이 추천한 정 아무개 씨를 이장으로 임명했다”고 반발했다. 김 씨는 “이는 전적으로 주민들 의사에 반한 부당한 처사다”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민은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마을을 사분오열시킨 진상면장에 대해 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진상면장 교체를 요청했다.

박성옥 총무국장은 이날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장 임명권은 시장이 아닌 해당 읍면동장에 있다”며 “다수자가 추천한 사람을 이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는 면장의 권한이다”고 답변했다. 박 국장은 또, “조례에서도 이번 사안에 법적인 하자는 없어 정 씨를 신임 이장 임명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상면은 지난달 5일 김재철 당시 구황이장 해임과 함께 후임 이장 추천을 통보했다. 이후 지난 23일 마을회관에서 이장 후보차 추천을 접수했다. 이날 후보자로는 노, 정 씨 등 2명이 추천됐다. 추천 주민수는 노 씨가 16명, 정 씨가 4명이다. 서상기 면장은 다음날 정 씨를 구황마을 이장으로 직권임명한 후, 25일 이장회의때 정 씨에게 임명장을 교부했다. 그러자 구황마을 주민 30여명이 정 신임이장 철회를 요구하며 면사무소 항의방문에 이어 28일 시청을 방문해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면장이 임명한 마을이장

진상면 구황마을 이장 임명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주민들은 임명권한이 면장에게 있다하더라도 다수의 주민이 추천하는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개인적 감정에 치우친 행동으로 보고 면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현 상황을 살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양시 이통반장 임명위촉에 관한 규칙 3조 1항을 살펴보면 ‘이통장은 주민총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적임자를 읍면동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구황마을 이장 임명건처럼 소수로 추천 받은 자가 이장으로 임명되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투표를 통해 선출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 다수가 추천해준 사람을 이장으로 임명해야 마을 발전에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구황마을 총회에서는 총 42명 중 20명이 참석해 1차 투표에서 노 씨가 16표, 정 씨가 4표가 나왔다. 또 32명이 참석한 2차 투표에서도 노 씨가 31표, 정 씨가 1표가 나와 노 씨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주민들은 “다수의 주민이 추천한 사람이 이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아니냐”며 “주민들의 동의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이장이 된다면 어떻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냐”고 강력히 항의했다. 법적 검토를 떠나 상식을 뛰어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구황마을 주민들의 지적이다.

진상면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추천 수가 대등하게 나온 상태에서 면장이 적은 추천을 받은 사람을 임명했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번처럼 16대 4라는 압도적인 추천 수 차이가 나는데 소수 추천자를 임명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구황마을 전 이장이 해임되는 과정에서 진상면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자 서상기 면장이 다수 주민이 추천한 자를 제외하고 정 씨를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임명된 이장을 번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현재 조례에 따르면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이통장의 업무를 담당할 수 없을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이통장의 업무를 현저하게 게을리 할 때에는 직권으로 해임ㆍ해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5일 임명장을 받은 정양기 신임이장이 이에 저촉되지 않는 한 진상면에서 해임할 사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 신임이장의 자진 사퇴가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이다. 그러나 정 이장이 이장직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경우에는 해결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 된다. 시로서도 곤혹스러운 것이 이 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임명 된지 며칠 되지도 않고 제대로 일한번 하지 못한 이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스럽다”며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서상기 면장은 “구황마을 이장 임명건은 절차상 전혀 하자가 없었다”며 “현재 임명장을 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당장 바꿀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황마을 주민들은 이번 임명건으로 단단히 화가 나있다. 주민들은 “지금 영농철로 매우 바쁜 시기”라며 “시가 빠른 시일내에 조치시켜 주지 않으면 모든 주민이 시청으로 찾아가 장기 농성에 돌입하겠다”며 경고했다.   

정현복 부시장은 28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임명권자인 진상면장의 입장도 들어보고 전후 사항을 조사해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정 부시장은 “이장 임명은 법적인 하자가 없더라도 이통장을 주민 총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읍면동장이 임명토록 조례에 규정돼 있다”며 “이는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라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주민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시장은 그러나 “현 진상면장이 어느 한 마을 주민들의 뜻에 반한다고 해서 진상면 22개 마을을 관리하고 있는 면장을 다른 곳으로 전보 조치할 수 없다”며 교체 요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는 이번 사태에 대해 6월 초 공문을 통해 구황마을 주민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다. 시가 어떤 결정을 판단을 내릴 지 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