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면 방죽마을 주민들, “합의문은 원천 무효”
진월면 방죽마을 주민들, “합의문은 원천 무효”
  • 이성훈
  • 승인 2008.03.06 09:31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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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표 결성해 회사 측과 협의할 것
 
진월면 방죽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들어선 공장과 체결된 합의가 원천 무효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진월면 마룡리에 위치한 사카팬 코리아는 광양제철소에 고무라이닝, 훌레이크라이닝 등을 공급하고 발전소 및 정유화학 단지 등에 사카팬 코팅 및 고무제품 등을 생산, 공급하는 회사다.

이곳은 2공장으로 지난 2006년 6월에 착공, 그해말에 완공돼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은 그러나 도장 작업 중 나오는 냄새와 밤에 공장을 가동할 때 생기는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다. 민원이 제기되자 방죽마을 주민대표와 회사 측은 지난 2월 광양환경련의 중재로 합의를 마쳤으나 주민들은 원천 무효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방죽마을 주민들은 지난 4일 마을 경로당에 모여 △2월 16일 회사 측과 환경운동연합, 주민대표가 체결한 합의문은 원천 무효 △주민 양해도 없이 야간에 공장 작동한 것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합의문은 공식적으로 주민 대표가 선정돼 체결해야 함에도 대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사인을 했다”며 “이는 주민들을 무시한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백성호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곳 민원을 접수한 후 1년 넘게 발로 뛰며 주민과 회사 측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주민들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백 사무국장은 “시간이 자꾸 지체되면 갈등이 깊어질 우려가 있어서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 대표성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해서 협약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체결한 합의문에는 방죽마을 이장과 주민 3명이 참석하고 서명했다. 그러나 방죽마을 이장은 이날 주민들에게 “당시 바쁜 업무를 보고 있는데 회사 측에서 잠시 들를 것을 요구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사인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 “협약 내용이 공장 건립을 반대했던 주민 3명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으로 알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이어 체결된 합의문 마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저녁 8시 이후에는 공장 가동을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가동할 경우 양해를 구하고 가동키로 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회사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회사 측 A 전무이사는 “야간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작업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미안하다”며 “당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야간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해 발생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앞으로 불가피하게 야간작업 할 때 주민 대표에게 반드시 양해를 구하고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은 “공장이 우리지역에 들어선 것에 대해 반대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절차가 무시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이날 회사 측에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주민들과 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환경운동연합 측에 △주민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주민대표의 확실성을 파악하지 못한 점 △회사 측 전권을 위임받은 이사의 전권위임장 및 기타서류와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처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주민들은 한편 이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민 대표를 구성해 회사 측과 협의키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