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포구는 호남정맥 시발점 이정표, 표지석, 안내판 하나 없어서야”
“망덕포구는 호남정맥 시발점 이정표, 표지석, 안내판 하나 없어서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4.19 09:26
  • 호수 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자 : 2007. 1. 27(토)~1. 28(일)

 인원 : 배종진 1명

 날씨 : 27일(흐림) 28일(흐린 후 눈)

 코스 : 망덕포구(외망)~망덕산~천왕산~뱀재~상두재(상재)~탄치(탄재)~
          불암산~느랭이골(토끼재)~쫓비산~매봉~백운산상봉~신선대~한재

 소요시간 : 27일(06:35~16:03 9시간 28분), 28일(06:30~17:02 10시간 32분)
 
 
지산약초원 원장이자 성균관대학교 경기의약연구센타 수석연구원인 배종진 교수가 지난 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광양을 찾아 호남정맥 약초탐사기행을 벌였습니다.<본지 2월 1일자 참조>
 
배 교수는 호남정맥 제1구간인 망덕포구에서 망덕산-천왕산-뱀재-상두재-탄치-불암산-느랭이골-쫓비산-매봉-백운산 상봉-신선대-한재를 장장 20시간에 걸쳐 탐사하며 우리지역에 자생하는 약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배 교수는 기고문에서 호남정맥 제1구간인 망덕포구가 호남정맥 시발점 또는 종착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표나 표지석, 안내판 하나 없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시 본지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성웅 시장으로부터 해당부서 담당에게 등산인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판 설치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매화축제 등 바빴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시장의 지시는 메아리로 그치고 있어 전국적인 망신살이 되고 있습니다.
 기고를 한 배 교수 또한 이 시장의 지시를 전해들었기 때문에 지금쯤 망덕포에는 당연히 안내판이나 표지석이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본지는 광양시와는 별도로 오는 5월 중순께 지역내 뜻있는 등산인들과 호남정맥 시발점인 망덕포구에 표지석 등을 자체적으로 세움과 동시에 등산로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편집자 주-
 
 
호남정맥(湖南正脈)은 전북 장수군 주화산에서 전남 광양시 백운산을 거쳐 망덕포구(외망)에 이르는 산줄기로 주화산에서 백두대간상의 영취산까지 연결되는 금남호남정맥 일부 구간을 포함하여 총 525.2km정도 되는 한반도 13정맥중의 하나인데 백운산, 천운산, 내장산, 마이산 등 호남지역 유명산과 연결되어 있다.

표고가 몇 백미터 밖에 되지 않은 봉우리라 하더라도 오르내림이 심하고 출발점이 낮아 종주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큰 뜻을 품고 호남정맥 약초산행을 계획했기에 속도전을 지양하고 산, 계곡, 나무, 풀, 꽃, 새, 벌레 등 호남정맥에서 살아 숨쉬는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는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
2006년은 필자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큰 축을 구축한 해라고 말하고 싶다. ‘실생활에 유익한 토종약초 활용법’, ‘백두대간 약초산행’, 약초생활(계간지)을 잇따라 발간했는데 약초동호회원과 애독자들로부터 선풍적인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금돼지의 해인 2007년 정해년 새해를 맞아 호남정맥을 시작하기로 하고 리본 500개, 카메라(Nikon D-40), 산악용 GPS(마젤란 500)를 장만하는 등 백두대간 약초산행시 아쉬웠던 부분, 체험 등을 토대로 보다 알찬 산행을 통해 정확하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
이번 탐사기행이 앞으로 많은 산악인의 산행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해 본다.
2007년 1월 26일 금요일 오전 7시30분 기상을 하여 산행준비에 필요한 장비를 꼼꼼히 챙겨 8시22분 서울을 출발했다. 첫 산행은 1월 27일부터 지만 하루 먼저 도착하여 호남정맥 시발점인 망덕포구와 중간기점을 사전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금요일 인데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중부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고 10시22분 대전을 지나자 누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11시 대진고속도로로 함양부근을 지날때는 눈이 비로 변해 버렸다. 이번 주말 전국적으로 폭설이나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기상청의 예보가 맞았다.
 
12시55분 남해고속도로 순천·사천방향으로 진입하여 오후 1시 23분 진월·광양제철소 방향으로 빠져 나와 2시 설레는 마음으로 망덕포구(외망)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이 부는 스산한 날씨였다.
지역주민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호남정맥 시발점은 모르지만 망덕산으로 오르는 길은 잘 알고 있었다. 망덕포구 도로변 신광약방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고 했다. 호남정맥의 시발 또는 종착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표, 표지석, 안내판 하나 없는 조용한 포구다. 2시38분 신광약방 사잇길로 52분 정도 걸어 언덕에 오르니 망덕 포구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사진 몇 장을 촬영하고 내려와 3시30분~5시30분간 느랭이골(토끼재)과 한재아래 민박촌까지 둘러본 후 섬진교 부근에 숙소를 잡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1월 27일 토요일, 새벽 5시에 기상을 하여 GPS, 주머니 난로, 지도, 스틱 등을 점검후 아침 6시 숙소를 떠나 6시30분 망덕포구에 도착하니 가로등만 반겨줄 뿐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포구를 향해 큰 숨을 몇 번 몰아 내쉬고 6시35분 섬진강 하구의 망덕포구(외망)를 출발함으로써 호남정맥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첫 발을 내딛었다. 6시39분 골목길을 오르자마자 나뭇가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호남정맥(지산약초원) 리본을 하나 매달아 지산(知山)이 지나갔음을 알렸다.

민가 담장을 동그랗게 수놓은 탱자나무와 탱자나무가시 사이로 줄기를 뻗은 마삭줄, 인동덩굴, 청가시덩굴이 헤드랜턴 불빛 아래로 보였다.
6시42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캄캄한 아침, 마지막 민가를 지나는데 새벽 운동을 하는 지역주민 한사람이 뒤 따라오면서 외지에서 온 등산객임을 알아차리고 망덕산 오르는 길을 상세히 알려준다. 6시45분 첫 번째 약수터 삼거리를 지나자 6시49분 두 번째 약수터 삼거리가 연달아 나와 왼쪽으로 100여미터 내려가 6시56분 망덕산 약수터에 들렀다.

망덕산 약수는 이 지역에서 물 맛 좋기로 소문이 나 있고 주변에 천연 동백나무 수림과 주민들이 운동을 할수 있는 체육시설물이 구비되어 있다.
6시59분 시원한 약수로 원기를 충전한 다음 단숨에 걸어 7시10분 망덕산(197m)에 올랐으나 수림이 시야를 가려 조망을 할 수 없다. 7시15분 정상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잘 나 있고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 따라 내려가니 전망바위(지역 주민들은 덕석바위라고 부름)가 나오는데 먼동이 트기 전 굽이치는 섬진강 풍경이 아스라이 들어오고 남해고속도로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덕석바위 옆에는 깍아지른 물결무늬 바위 위에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부석정이라고 부르는 정자도 있다.
7시18분 부석정을 뒤로하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10여분 내려가니 마을이 나오는데 정맥길이 아닌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GPS상에도 정맥길에서 벗어났음을 알리는 삼각점이 나타났다. 7시34분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민가에 들러 위치를 물으니 건너편 봉우리는 천왕산이 맞고 등산객들이 종종 이곳을 지나지만 호남정맥길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정맥길은 망덕산에서 인적이 드문 왼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길이 반질반질한 덕석바위 아래로 내려와 버린 것이다. 되돌아 갈 수 없는 형편이어서 바로 앞 2번 국도에서 왼쪽으로 20여분 걸어올라 7시55분 망덕산에서 왼쪽 능선으로 내려와 2번 국도가 만나는 정상적인 정맥지점에 도착했다.
호남정맥을 시작하는 첫 날, 그것도 GPS까지 준비하고 산행을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정맥길과 만나는 2번 국도는 중앙분리대가 있어 그냥 넘을 수 없고 왼쪽으로 50여 미터 올라가 ∩턴을 해서 내려오거나 오른쪽 LPG충전소 아래 도로 밑 터널을 통과하여 건너편으로 넘어가야 한다.
 
8시6분 2번 국도를 넘어 철망 사이 오르막길로 들어서니 잎이 초록색으로 무성하게 달려 있는 사철나무, 싸리나무, 오리나무, 찔레나무, 병꽃나무, 밤나무, 층층나무, 벚나무, 생강나무, 노각나무, 붉나무, 산초나무, 보리수나무, 쪽동백나무, 청미래덩굴, 청가시덩굴, 인동덩굴, 댕댕이덩굴, 담쟁이덩굴, 자리공, 며느리밑씻개, 도깨비바늘, 삽주, 까지수영, 고사리, 칡, 산철쭉, 진달래가 있다.
 
8시15분 능선을 지나는데 햇님이 방긋 얼굴을 내밀었다가 금새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청미래덩굴이 있어 하나를 따 먹어보니 약간 달고 떫다. 8시37분 봉우리(GPS 196m)를 넘어 뒤를 보니 망덕산과 여러개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한없이 뿜어 나오는 웅장한 모습이 광양제철소와 광양시가지가 보인다. 9시1분 암봉인 천왕산(225m)에 도착하니 조금 전 올랐던 봉우리와는 달리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탁 트여 기분이 상쾌했지만 아침 찬바람이 무척 사나워 서 있을 수 없다.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린 소나무에 리본을 하나 달고 바람이 덜 부는 바위에 앉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망덕산에서 천왕산까지는 왼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하산길이 많은 망덕산 정상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9시23분 천왕산을 출발하여 급경사 내리막길로 들어섰는데 상당히 미끄럽다. 밤나무 조림지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칭개, 광대나물, 벼룩나물, 양지꽃, 점나도나물, 냉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알리기 위해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파란 싹을 올리고 있고 길가나 도로주변 밭에는 온통 청매실이나 홍매실나무가 심어져 잇는데 꽃봉오리가 곧 터질 것 같다.

3월에 매화 꽃 축제가 열리면 장관이겠다. 9시41분 차량이 붕붕거리며 왕래하는 남해고속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정맥은 고속도로 아래 차량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터널로 이어지는데 터널을 지나면 진월면 중산마을 입구다.
 
9시45분 중산마을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 한 대가 멈춘다. 필자 앞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주는데 광양신문 이수영편집국장이다. 사진 촬영하는 모습과 진지하게 기록을 하는 것을 보니 교수나 식물학자로 판단되어 잠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백두대간에 이어 호남정맥을 탐사하기로 하고 첫 구간을 시작한 산꾼인데 오늘 산행 거리가 멀어 계속 산행을 해야 하므로 저녁에 다시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헤어졌다.

9시54분 이수영편집국장과 헤어져 오르막길로 들어서니 소나무와 돌을 뒤덮어 버린 마삭줄이 있다. 마삭줄은 마삭나무라고도 하는 협죽도과의 상록성 덩굴식물로 제주도, 전남, 경남 등 남부지역 따뜻한 곳에 자생하고 5~6월에 꽃이 핀다. 마주나는 잎은 타원형의 달걀 모양이고 표면은 짙은 녹색이다.

해열, 강장, 진통, 통경작용을 하는데 독성이 없다. 고혈압, 관절통, 요통, 신경통, 손발마비에 잎, 줄기, 뿌리 등 전초를 말려 1일 10~20g을 달여 먹는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