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다’
‘형제는 용감했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11.29 08:58
  • 호수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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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포항에 아름다운 승리를 연출하다
 
황금물결의 전남드래곤즈와 붉은 물결의 포항스틸러스 서포터즈는 경기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열을 불태우는 열광의 서포팅으로 전쟁의 선전포고를 알렸다. 11월25일 오후 3시 광양축구전용구장, FA컵 12번째 주인공을 가리는 운명의 1차전이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됐다.

40일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전남드래곤즈 선수들은 경기초반 모래알 조직의 모습을 보여줬다. 패스도 공격력도 수비력도 따로 놀았다. 전반 초반 번번한 공격력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포항 공격력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행운이었는지 전반 21분 전남의 첫 번째 유효슈팅이 포항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치우가 프리킥에서 왼발 슈팅이 그라운드에 낮게 깔리면서 포항 오른쪽 골포스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골의 흥분이 가실 틈도 없이 1분 만에 전남의 강민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반칙을 하며, 포항의 따바레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반을 1-1로 마친 전남은 후반 들어 4분 만에 포항의 김광석 선수에게 카운트 펀치를 맞았다. 역전골을 내준 이후 전남의 조직력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36분 교체 투입된 김승현이 시몬선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해준 볼을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슈팅한 볼이 포항 오른쪽 골마우스 안으로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흘러 들어갔다. 승리를 예감하는 두 번째 동점골이다.

전남은 경기종료 4분을 남기고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수 곽태휘가 28미터 지점에서 오른발 대포알 슈팅한 볼이 포항 골네트를 심하게 흔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포항의 파죽의 7연승을 잠재우고 2년 연속 FA컵 우승을 향한 첫 항해를 기분 좋게 시작한 순간이다.
 
승부는 카운트 펀치에 좌우된다
 
1차전의 승부는 제3의 공격수에 의해 갈렸다. 그 중심에 포항의 김광석, 전남의 곽태휘가 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는 상대적으로 마크한 허술한 수비수다.
경기 후 허정무 감독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를 저지하는 연습을 사전에 많이 했는데, 포항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포항 파리야스 감독도 경기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프리킥 상황에서 골을 허용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전남의 허정무 감독은 포항이 세트피스가 워낙 강한 팀이어서 역으로 전남의 세트피스 상황을 강하게 만들었다며 승리의 숨은 요건을 공개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 주효했다는 결론이다.
 
현대 축구는 전천후 포지션
 
또 하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 모두가 전천후 위치를 장악해야 했다. 그럼에도 전남 공격수는 후반4분 역전골을 허용하기까지 수비 가담 율이 떨어졌다.
상대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면 전담 마크맨이 없기 때문에 실점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수비수에게 기습 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격수가 얼마나 빨리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서 상대를 방어하느냐에 따라 실점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후반 4분 이후 전남의 공격수가 수비 가담 율을 높이면서 전남의 공격력이 전체적으로 살아나 포항 수비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공격이 안 될 때는 수비부터 하라는 원칙이 철저하게 작용한 한판이었다.
 
동업자 정신을 갖는 팀이 승리한다
 
FA컵 1차전에서 전남이 포항을 3;2로 물리치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스코어 차이보다 더 값진 승리는 양 팀 선수 모두 상대를 배려하는 페어플레이 경기를 펼쳤고, 심판과 관중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도록 충실한 조연을 했다.

양 팀 통틀어 경고가 3장이 나왔다. 포항이 2장, 전남이 1장. 심한 파울이 아니었지만 주심은 과감하게 옐로우 카드를 뽑아 들었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심판 판정에 절대 수긍했다.
이날 주심은 국내주심이 맡았다. 정규리그 포스트 시즌에 외국 주심이 전격 투입된 것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경기 진행이었다. 선수들은 주심의 판정에 눈에 거슬리는 항의가 없었다. 판정에 심판의 잣대에 맡기고, 본연의 임무인 플레이에만 열중했다. 최근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볼썽사나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경기였다. 2차전도 1차전의 재판이 되기를 팬들은 간절히 원할 것이다.
 
무승부 전략은 모든 것을 다 잃는다
 
12월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차전, 무승부는 없다. 전남은 이제 2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무조건 우승이다. 그러나 한골차로 패하면 연장전을 치러서 승부를 갈라야 하고, 만약에 두골차로 패하면 우승컵을 놓친다.

허정무 감독은 1차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승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비기는 것보다는 이기는 경기 전략이 더 쉬울 것이다. 지지 않으려는 플레이를 하다가 선제골을 빼앗기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수비축구는 팬을 실망시키고, 승리를 놓치는 최악의 작전이다. 포항이 1차전을 놓쳤기 때문에 공격 축구로 나올 것은 분명하다. 전남의 2차전 승리를 위해서는 전반 초반부터 공격 축구로 밀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