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부상에 연이은 불운…원정경기 전패 중위권 발목잡아
줄부상에 연이은 불운…원정경기 전패 중위권 발목잡아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8.04 09:56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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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 통해 K리그·FA컵 재도약 ‘다짐’
 
K리그 전반기 종합전적 3승4무8패, 득점 17점, 실점 26점, 골 득실차 -9, 승점 13점, 순위 12위. 전남 드래곤즈의 전반기 성적이다. 올 시즌 박항서 감독은 취임 후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했다. 팬들에게도 재밌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반기 결과만 놓고 들여다보면 재밌는 축구를 구사했지만 성적으로 보면 신통치 않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것은 전남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FA컵 3연패, K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박항서 감독 취임 후 올 시즌 목표였다. 그러나 세 마리 토끼 중 한 마리(AFC 챔피언스리그)는 놓친 지 오래다. 나머지 한 마리(K리그 6강 진출)는 놓치기 일보직전이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마지막 한 마리(FA컵 3연패)이다. 전남은 후반기 경기 결과에 따라 K리그와 FA컵에 팀의 명운을 걸어야할 처지다.
 
줄 부상에 선수진 초토화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박항서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이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다. 시몬, 산드로 등 외국인 주축 선수와 함께 주장 곽태휘, 김치우, 송정현, 고기구, 임관식 등이 줄부상을 당해 박 감독으로서는 출전 엔트리를 짜는 것조차 버거울 따름이었다. 결국 선수들의 부상은 전반기를 마칠 때까지 지속됐으며 박 감독은 신인 기용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층이 얇다보니 마무리에서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전남은 올 시즌 첫 경기인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역전패의 악몽은 이어졌다. 선취점은 전남이 얻은 반면 뒷심 부족으로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상대를 압도할 조커가 없다는 방증이다.
본지에 스포츠 칼럼을 기고중인 김선규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후반 30분을 전후해 스피드 있는 선수를 투입하면 지친 상대의 수비 진영을 흔들고 찬스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남은 아쉽게도 발 빠른 조커가 없다”며 “고기구를 투입한 고공 플레이도 전반기 경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전반기 경기를 복기해보면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며 “후반기 시작하기 전에 박항서 감독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고 강조했다.
 
원정경기 전패 수모
 
올 시즌 전남의 전반기 성적이 뒤처진 원인 중 하나가 원정경기 전패라는 점이다. 올 시즌 홈경기는 3승4무2패로 절반의 성적을 거둔 반면 원정경기는 6전 전패다. 전패한 6경기 중 2경기만 승리를 챙겼어도 전남은 현재 중위권에 도입해 6강 진출에 한 발짝 더 앞서갈 수 있었다.
전남은 원정 6경기에서 3골을 얻고 13골을 내줘 골 득실차는 무려 -10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에는 4월 6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0-4로 대패하며 최악의 수모를 당한 경기도 있었다. 전남이 원정경기에서 저조한 성적은 K리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홈경기는 1승1무1패를 기록한 반면, 원정에서는 1무2패에 그쳐 8강에 탈락했다.

전남이 원정경기에 전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원정 부담에 따른 선수들 컨디션 조절 실패, 심판 판정 불운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건수 드래곤즈 사장은 “우리팀 전반기 부진 중 하나가 원정경기 전패”라며 “원정 경기에 따른 숙식문제, 체력 안배,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수원이 광양에서 원정 경기를 치를 때 이틀 전에 광양에 도착해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며 “우리 팀도 당일 떠나는 것 보다 하루나 이틀 전에 원정을 떠나 선수들이 최대한 현지 적응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도 한몫 작용하고 있다. 김선규 칼럼니스트는 “심판판정도 경기의 일부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아쉬운 경기도 더러 있었다”고 되짚었다.김 칼럼니스트는 그 예로 지난 3월 16일 인천과의 원정 경기를 꼽았다. 인천과의 원정 경기 당시 이규로가 상대팀의 패널티 지역을 수차례 파고들어 찬스를 만들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심판은 이규로에게 파울을 선언, 결국 0-1로 패하고 말았다는 것. 김 칼럼니스트는 “원정 경기에 전혀 맥을 못 췄다면 할 말이 없지만 경기내용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못한 경기도 더러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은 전남뿐만 아닌 모든 팀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부상으로 인한 얇은 선수층이 원정 경기를 더욱더 부담스럽게 하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남은 앞으로 후반기 11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중 원정 경기는 7게임이다. 11경기에서 최소한 6승 이상을 거둬야 6강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처지에 놓인 전남으로서는 후반기 일정이 다소 버거울 수밖에 없다.   
 
FA컵 3연패, 실력+대진운
 
전남이 올해도 FA컵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참여해 최강을 가리는 중요한 대회이다. 2년 연속 FA컵을 차지하며 단기전 승부의 제왕으로 부상한 전남은 오는 8월 4일 서울에서 열리는 FA컵 대진 추첨에 관심이 쏠려있다. 이건수 사장은 “FA컵은 단기전 승부이기 때문에 실력이외의 변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은 이날 대진 추첨에 누구를 내세울 지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이 확정되면 전남은 오는 20일 FA컵 16강전을 치른다. 상대가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전남이 3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진운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현실. 만일 20일 경기에서 패한다면 전남은 K리그 6강 진출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날 승리를 거둔다면 전남은 K리그 경기 결과에 따라 양자택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건수 사장은 “20일 경기가 전남의 후반기 일정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이라며 “8월 4일 대진 추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비라인 강화ㆍ젊은 피 활약 관건
 
지난 27일 강원도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전남은 이번 전훈을 통해 그동안 부진을 털어내고 재도약한다는 각오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전훈에서 수비안정, 신인 선수 기용 등 다양한 작전 구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은 이미 수비안정을 위해 27일 브라질 용병 헤나또를 영입했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전남은 헤나또를 주축으로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비라인을 만들어 후반기에는 뒷문을 든든히 잠근다는 계획이다. 부상중인 곽태휘 역시 후반기 중반에는 돌아올 것으로 보여 바로 좀더 든든한 수비진을 구축할 전망이다.

기동력 보강도 눈여겨볼 대목. 전남은 공수 전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 ‘젊은 피’를 대거 기용할 예정이다. 백승민, 이재성, 김명운, 최경복, 정준연, 유지노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항서 감독은 전훈기간 동안 이들을 더욱 크게 조련해 팀을 이끌어갈 기둥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건수 사장은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된다”며 “후반기에 우리 팀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