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동생의 건강한 모습 보고 싶어”
“하루빨리 동생의 건강한 모습 보고 싶어”
  • 이성훈
  • 승인 2009.01.07 18:55
  • 호수 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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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신장 이식하는 김진욱씨

▲ 동생에게 신장 이식하는 김진욱씨
“올해는 동생이 건강을 되찾아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진월면이 고향이며 현재 중동에 살고 있는 김진욱(34ㆍ대한통운 근무)씨. 그에게는 남들처럼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김씨에게는 가족이라는 소중한 울타리에서 행복을 맛보고 있지만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 큰 가족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해가 될 것 같다.
 
진욱씨의 동생 진화씨는 2년 전부터 만성 신부전증이 급속도로 악화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병원에서 이틀에 한 번씩 혈액투석을 해가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 진화씨에게 형은 최근 신장을 이식해주기로 결심했다.

“힘들어하는 동생에게 형으로써 신장을 기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형 진욱씨는 “한 달 전쯤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동생에게 곧바로 신장을 이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진욱씨의 가족은 부모님과 남ㆍ여동생 등 총 다섯 명. 이중 진화씨는 막내 동생이다. 김씨는 “동생에게 신장을 제공하기에 알맞은 몸을 가진 가족이 나 외에도 있었지만 내가 이식해주기로 결정한 것은 형으로서 당연한 도리다”고 강조했다.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처음에는 부모님이 먼저 신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부모로서는 그 무엇을 떼어 주더라도 자식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당연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경우 신장 이식을 하더라도 연세가 있어 이식된 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의사의 의견에 따라 부모님의 신장 이식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설령 부모님이 이식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췄더라도 이는 나의 임무”라며 “수술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오히려 형으로써 동생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쁘다”고 웃었다.

30년 이상 살면서 아직 수술이란 것은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몸을 지닌 그는 “지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며 “가족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현재 아내와 딸 둘이 있다. 첫 딸은 생후 26개월이며 둘째딸은 지난해 11월 29일 태어났다. 그는 “아내도 동생에게 신장 이식을 결정한 것에 대해 흔쾌히 동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아내가 신장 이식에 대해 내심 걱정하는 면도 있을 것”이라며 “수술은 잘 되고 동생과 내가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현재 김씨는 신장 이식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친 상태. 그는 “여러 가지 정밀 검사 끝에 동생과 모든 것이 일치해 이식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이제 동생과 사랑을 나눌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렜다. 몸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수술을 대비하고 있다.

김씨는 수술을 앞두고 있는 동생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자기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에 대해 동생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형에게도 직접적으로 말을 건네지 않지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욱씨는 그러나 “동생이 아무런 걱정 말고 편안히 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동생에게 격려를 보냈다. 
 
김씨와 동생 진화씨는 오는 15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다. 김씨는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매일 새벽 동생의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며 “어머니의 기도대로 올해 가족들에게 행복이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은 현재 휴직중인데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사회생활도 하길 바란다”면서 “아직 동생이 미혼인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는 이어 “오는 15일 수술 마치고 동생과 건강을 회복하면 광양신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동생뿐만 아니라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올해는 희망이 가득한 2009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