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역사 전시관에 광양을 담자
향토역사 전시관에 광양을 담자
  • 최인철
  • 승인 2009.02.04 18:54
  • 호수 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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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 향토사나 향토지리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한 지역의 역사와 지리·행정·문화 등을 후손들에게 좋은 교육자료가 될 뿐 아니라 그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른바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이루어진 사실을 기록·정리하고 평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에 대한 좌표를 설정함으로서 오늘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원천이 곧 역사인 것이다.

수천년 동안 역사와 문화유산이 고장 곳곳에 스며있음에도 무관심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재조명하고 이를 정리해 후손에게 길이 전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향토역사관이 위치한다. 향토역사관은 지방문화 자주성과 역사, 전통, 문화, 지리를 연구하여 오랜 역사속에 이루어진 문화유산과 지역변천 과정을 되새겨 현대사를 재조명,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식하는 상징적 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광양시는 현재 옛 광양읍사무소를 활용 광양의 특정적 문화유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향토문화역사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비록 뒤 늦은 바 없지 않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시피 한 지역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 거창 박물관 전경
특히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획일적인 개발노선을 시 정책방향으로 성장해 온 광양시의 경우 문화유산은 주요정책에서 소외된 측면이 강하고 이는 곧 비체계적인 문화정책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문화재가 없다는 사실이 곧 문화유산의 발굴이나 연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 형국이다. 이는 문화산업 육성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 이번 향토역사관에 대한 시민적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리 가 보는 향토전시관

향토역사박물관이 그나마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으로 부평박물관과 거창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부평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 단위의 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924평(3천56㎡) 규모로 1천 6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한 역사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은 크게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부평의 선사시대부터 현재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부평역사ⅠㆍⅡ실과 농경문화실로 꾸며져 있고 기획전시실에는 외부 전시를 유치하거나 다양한 테마전시를 하고 있다.

또 전통시대 부평지역의 모습이 미니어처로 전시돼 부평지역의 지리적 변천과정과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부평역사Ⅰ실 입구에는 경기도 지역의 조선후기 고지도를 바닥에 연출했고 전통시대 부평지역의 모습이 미니어처로 전시돼 부평지역의 지리적 변천과정과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거창박물관은 83년 지역문화유산 소장자이던 최남식씨와 김태순씨가 소장문화재를 기증하면서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후 박물관 설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84년 부지가 확정된 이후 88년 거창유물전시관으로 개관했다.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토기류와 자기류 등 1천2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역의 특정적 역사와 문화를 위주로 전시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국립박물관과는 달리 향토박물관이라는 개념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같은 향토박물관의 특징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모든 향토박물관의 숙제이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시유물을 기증 받을 경우 기증유물의 성격이 향토유물과 동일성격이 아닌 유물일 가능성이 커 유물기증의 선별문제도 숙제거리다.

이런 면에서 기증품 중심에서 탈피, 향토유물관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거창박물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창박물관은 현재 18억원을 들여 내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중으로, 박물관 내부 유물을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지만 전형적인 향토박물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할 계획이다.

지역 특색 있는 역사와 문화로 꾸미는 살아있는 박물관 필요

거창박물관 구본룡 관장은 “기증으로 탄생한 박물관의 성격상 그동안 거창박물관은 기증유물 중심의 전시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향토박물관이라는 성격과 대비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향토의 역사와 문화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거창양민학살에 대한 전시실을 따로 조성해 지역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관장은 “(국립박물관 등과 같은)똑같은 전시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향토박물관의 특성과는 맞지 않고 활용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가능토록 그 지역만의 특색을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거창지역이면 거창지역만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야 하고 광양지역이라면 광양만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국립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이 아니라 오랜 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그 지역민의 생활과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나 유물을 발굴해 전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영역사관 김일룡 관장도 “철저하게 지역문화역사를 담는 공간이 향토역사관이다. 널리 쓰인 생활용품이나 민속자료로 꾸며져서는 향토유산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김 관장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통영박물관 소장품은 대다수 개인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통영일대의 유물이다. 통제영이 위치한 지역을 말해주듯 충무공 이순신 관련 유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통영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나전칠기와 별신굿 관련 유물, 통영이 낳은 역사인물실도 배치돼 있다.

광양시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지역의 특색에 맞는 전시관 구성에 동감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전시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았으나 민속자료 전시차원이 아닌 지역의 특정적 문화유산을 발굴해 전시하고 매천 황현 등 지역인물자료실을 별도로 전시할 방침이다.

광양시 최상종 학예연구사는 “전시관에는 광양의 과거와 현재가 집적된 역사와 문화유산이 담겨지도록 특색화 할 계획”이라며 “민족박물관 개념을 탈피해 광양지역의 야철지나 시식지로 유명한 태인도 김양식, 광양불고기 등 광양지역만의 문화를 조망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역사문화교실 등을 상시적으로 열어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광양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 프로그램도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창향토박물관의 야외전시장은 눈길을 끈다. 야외전시장에는 군집(群集)상태가 아닌 탓으로 방치됐던 고인돌과 사찰 터에서 발견된 부도와 석등 등 불교유물을 비롯 가문의 비문 등 다양한 석조물이 전시돼 있다. 이는 송천사 부도 등 광양지역 산재된 채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석조유물들의 활용방안의 단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사숙고할 여지가 분명하다.

최 연구사는 “박제된 전시관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과 방법들을 구상하고 있다”며 “특히 정적인 전시 위주의 공간 배치보다 동적 구조의 공간배치를 통해 학생들과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획전이나 특별전도 수시로 개최해 전시유물의 변화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