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찾는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싶었어요”
“서산 찾는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싶었어요”
  • 최인철
  • 승인 2009.03.11 20:07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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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서산은 오래도록 읍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산이다. 새해 첫 장을 여는 해맞이를 하는 곳도 서산이고 건강을 위한 주요 등산로도 서산이다.

서산은 서천변과 함께 읍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몇 되지 않는 휴식처인 셈이다. 그런 서산에 언제부턴가 이름 모를 돌탑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서천변 운동장 편에서 시작하는 등산로에서다.

이 돌탑은 등산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돌탑을 보기 위해 서산을 찾는 이들까지 생겨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밋밋하던 산행의 즐거움도 더해 줌은 물론이다.


10일 산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돌탑이 생긴 이후 등산길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맑은 공기와 함께 탑을 구경하는 맛도 남다르다”며 “주말이면 함께 나온 아이들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등산객은 “아침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이면 돌탑을 쌓고 있는 어르신 한 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상 그 시간대 나와 어찌나 정성껏 탑을 쌓는지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일러줬다.

이 등산객이 말한 ‘어르신 한 분’은 바로 광양읍에 사는 이수열(65)씨다. 평소 서산을 오르며 건강을 다져온 그를 만난 건 아침 9시 30분께. 이 씨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 등산을 마친 뒤 한 시간여 채 탑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돌탑을 쌓는 작업은 그리 녹녹치 않다. 돌멩이 하나 올리는데도 수평을 맞춰야 하는 세심한 작업이다. 돌 틈틈이 작은 자갈을 메워 넣는 그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 같은 정성을 오며가며 지켜보던 등산객들은 그가 어느 종교에 심취해 탑을 쌓고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 일쑤지만 이 씨는 종교를 가진 이가 아니다. 오히려 아내가 기독교인이다.

이 씨는 “서산을 자주 오르다 보니 등산길이 너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며 “탑이라는 이유 때문에 교인들이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산을 오르는 시민들에게 좀 더 평안한 산행길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웃는다. 참 해맑은 웃음이다.

이 씨가 돌탑을 쌓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9월쯤이니 이제 반년 넘어 흐른 셈이지만 등산로는 이미 돌탑들로 제법 채워진 상태. 스무 기가 넘는 돌탑들이 등산로 사이사이에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이제 제법 서산의 주인티도 난다.

그는 “처음 탑을 쌓을 때는 경험이 없어 무너지는 일도 있었으나 탑을 전문적으로 쌓아온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고 경험도 생기다 보니 많이 능숙해졌다”며 “시 공공근로 하시냐던 사람들이 보기 좋다. 좋은 일 하신다며 격려할 때는 없던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많은 등산객들이 알아보고 지나가다 커피도 건네고 음료수도 건넨다”며 “많게는 하루 5시간 적어도 2시간 이상 탑을 쌓다보면 잡념이 없어져서 좋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탑을 쌓는 기간은 보통 5일 남짓, 하지만 주변에서 돌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10일 넘기는 경우도 있다. 탑을 쌓은 일에 집중하다 보면 오전에 시작한 일이 한나절을 훌쩍 지나 오후 3시가 넘을 때도 있다. 점심도 거른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아내의 지청구도 습관이 된 지 오래다.

그는 “돌탑은 만지거나 돌 하나라도 건들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 만큼 눈으로 보는 일에 만족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오래도록 경기가 침체돼 살림살이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무거운 마음을 달래고 다시 힘을 얻는 건강한 광양시민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