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위안 잔치, 대규모 행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르신 위안 잔치, 대규모 행사만이 능사는 아니다
  • 이성훈
  • 승인 2009.05.21 11:56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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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어버이날을 맞아 읍면동별로 실시했던 어르신 위안 잔치가 지난 14일 광양읍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어르신 위안 잔치는 해마다 읍면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어르신 인구에 따라 시에서 보조금이 읍면동별로 차등 지급해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각 읍면동 청년회와 사회단체, 봉사단체 등에서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어르신들의 행복한 모습, 오랜만에 주위 분들과 막걸리도 한잔씩 하면서 즐거움을 나누는 장면, 동네 청년들의 진심어린 인사 등  흐뭇한 장면이 이맘때가 되면 이어지고 있다.

노래자랑과 풍물놀이도 곁들어 있고 어느 지역은 체육행사도 함께 하는 등 각 읍면동 별로 즐거움이 가득하다. 늘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제대로 가져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은 이날만큼은 정성어린 대접으로 인사를 드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하지만 매년 어르신 위안 잔치행사가 열리면 아쉬운 장면도 있다. 장소에 대한 아쉬움이다. 어느 지역은 실내체육관을 빌려 어르신들을 초청하지만 어떤 지역은 학교 운동장에 어르신들을 초대해 행사를 치르고 있다. 운동장에서 할 경우 당일 날씨가 상당한 변수가 된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리는 것은 당연하고 운동장에 거대한 햇빛 가림막을 설치했어도 더위를 피하기 힘들다.

올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운동장 행사에 참석했던 어르신들은 흙먼지와 더위에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 일부는 굳이 흙먼지 날리는 곳에 어르신들을 초청해 고생을 시키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는 앞으로 어르신 위안잔치 장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먼지 나는 운동장에 어르신들을 초청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흙먼지와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먼저 뜨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또 체육대회와 병행해 실시하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 행사를 반드시 고집해야 하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요즘은 마을별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어르신 위안 행사를 소규모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마을별로 한다면 거대한 규모의 행사보다는 참석률도 좋고 행사에 대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장소에서 치르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 년에 한번 뿐인 어르신 위안잔치에 수고스럽더라도 후배들이 더욱더 정성을 기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