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아’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아’
  • 박주식
  • 승인 2009.08.26 20:59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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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위험성 지적…광양제철소 대책 마련 안해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또 일이 터졌다. 광양제철소의 안일한 대응이 또 한 번의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 23일 오전 6시경 광양제철소 동호매립지 제방도로가 바닷가로 밀려나면서 도로가 파손되고 제방 내에 위치한 인선ENT(주)의 4단계 폐기물 매립장이 일부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로가 균열된 틈에서 백탁수와 악취를 동반한 침출수가 흘러나와 주변 해역을 오염시켰다. 사고가 나자 영산강 환경유역환경청과 시, 광양제철소, 인선ENT(주) 등 관계기관과 업체는 사고 경위 파악과 함께 원인규명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한편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다.

인선ENT(주)는 침출수 유출을 막기 위해 우선 도로와 매립장 사이에 20m깊이의 콘크리트 차단막 설치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매립장의 침출수 차단막의 훼손 여부다. 이번 사고로 차단시트가 찢어졌다면 폐기물 침출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구적 복구방안으론 현재 매립된 폐기물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기고 차단막의 안정성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야 보다 자세한 전문가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번 사고는 집중호우로 인한 동호 수위 상승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7월, 광양지역엔 8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동호 수위가 60cm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광양제철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위상승으로 인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매립지가 밀려나갔다는 것이다. 원인이 수압에 의한 것이라면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재해도 한몫했지만 이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광양제철소의 책임도 크다.

광양제철소는 최근 동호를 준설해 페로니켈 공장 건설과 제5코크스 공장부지를 조성했고, 원료부두 6선석 신설에 따른 준설토 매립을 위한 가호안 조성공사 등으로 동호 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준설로 동호의 수심이 깊어져 수량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으나 많은 매립이 진행됨에 따라 수압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호안에 있는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시설은 하루 2만 톤에 불과하다. 동호 면적은 매립에 따라 줄어들었지만 늘어난 물을 밖으로 내보는 시설은 이를 따르지 못해 결국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인선ENT(주) 4단계 매립지를 밀어내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사고가 수압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처리시설 용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광양제철소의 책임이 크다. 
또 그동안 동호물이 새고 있다는 환경단체와 본지 등의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항구적 대책을 마련치 못한 광양제철소는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형국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재 명확한 사고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항구적 복구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보호 국민운동본부는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광양 제철소는 동호안 슬러그 매립장 주변에 모든 공사 계획을 중단하고 동호안 붕괴와 침출수 유출에 따른 철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또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와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한다”며 “광양제철소가 지역민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