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반항 ‘일제고사 반대’
이유 있는 반항 ‘일제고사 반대’
  • 박 영 실 참학정책위원장
  • 승인 2009.09.10 09:25
  • 호수 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리라 생각했던 여름방학은 학원으로 보충수업이 있는 학교로 종종걸음 치다보니 어느새 허망하게 끝나고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한 송이 시든 꽃 같다. 신종플루라는 무서운 바이러스 질병과 10월 13일 예정된 일제고사에 대한 압박감이 두 어깨 위에 떡 버티고 앉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제고사 성적공개로 우리의 교육현장은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하듯 거침없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학력신장프로그램’이라는 방학 중 보충수업, 초등1학년까지 포함되는 교육청 자체 일제고사, ‘초등야간보충수업’이 벌써 일부 학교에서 시작되고 ‘초등용 모의고사’도 준비되고 있다. 일제고사 시행 1년이 채 안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가 일제고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평가하지 않으면, 경쟁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공부하지 않는다. 시험을 치러 점수를 매겨야 한다’며 평가를 종용한다. 어디서 나온 누구의 논리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학습하지 못한 부분 또는 잘못 이해한 부분을 찾기 위해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충하고 지원하는 것이 평가의 본래 목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평가는 모르는 문제를 정확히 틀릴  뿐 알게 되지 않는다. 왜 틀렸는지 관심조차 없다. 끊임없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단지 점수를 매겨 서열화 시키는 것이, 더나아가 계급의 경계를 확고히 해두는 것이 평가의 목표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학교는 교육을 뒷전에 놓고  점수와 서열화를 위한 시험전쟁에 목을 매고 아이들은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아닌  시험 잘 치는 인재양성에 있다.
예산부분에서도 일제고사의 의도는 납득이 안 간다. 정부는 기초학력미달자를 지원하기위해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면서 성적이 좋은 학교는 포상하고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학습부진아 지도예산은 영재교육을 위한 예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면서 그 후속대책은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긴다. 

또한 2008년 전국일제고사에 쏟아 부은 돈은 160억원을 넘긴다. 그 예산은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복지에 사용해야 마땅하다. 
지금 당장 신종플루의 공포속에서 밀집도가 높고 장시간 함께 있는 학교현장에서  전염속도를 예측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임에도 손소독제 하나 지원 못하면서 대책과 예산까지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유명무실한 정부가 바로 대한민국정부다.

2008년 정부의 일제고사 근거모델은 영국SATS, 미국NAEP, 일본의 전국학력조사였지만 2009년 지금 영국과 미국은 표집평가방식으로 변경하여 실제적인 일제고사는 폐지되었다.
일본도 일제고사폐지를 공약한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사실상 일제고사는 전세계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 이는 일제고사의 불합리성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따라서 청와대교육담당자와 교육과학기술부관료들은 자신들의 진단과 처방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에 따른 아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아서 정책의 방향전환을 가져야 하고, 참교육의 의미와 방향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각시도교육청과 학교,교사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벙어리 교사,  영혼 없는 학교를 자처해서는 안 될것이다.

교육의 굳건한 주체로서 아닌 것을 아니다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발표한 ‘미래형 교육과정’은 일제고사를 아예 법제화 하려 한다.
내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 줄 수 있다는 우리 부모들조차 아이들을 대한민국의 시험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다. 현재의 불행을  담보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먼저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연대하여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용기있는 학부모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