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본다고 부부싸움도 많이 했지”
“나무 돌본다고 부부싸움도 많이 했지”
  • 이성훈
  • 승인 2010.08.16 09:12
  • 호수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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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월파마을 서종주 어르신

월파마을 입구 쉼터에는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손님들은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시원한 바람을 쐬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면 이곳 쉼터는 더없이 반가운 곳이다.

월파마을 주민들의 쉼터인 이곳에 누가 나무를 심어놨을까. 그 주인공은 월파마을에 살고 있는 서종주(76) 어르신이다.  서 어르신은 약 20여 년 전인 지난 92년 이곳에 조그마한 나무를 심고 자식처럼 나무를 돌보기 시작했다. 당시 월파마을 새마을 지도자였던 서 어르신은 “월파마을에 마땅한 휴식처가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이곳에 나무 한그루를 심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심었던 느티나무 크기는 약 2~3미터에 어른 다리 굵기의 어린 나무였다. 지금은 월파 마을 쉼터 전체에 그늘을 만들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며 나무 주변에 정자도 있어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네 사랑방과 오가는 사람들 쉼터 됐으면 ”

20여 년간 나무를 키우기까지 숱한 고생도 겪었다. 서 어르신은 “매일 나무를 가족보다 더 정성을 들여 돌보니 집사람 원성이 자자했다”고 웃었다. 나무 한그루 때문에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고 한다. 서 어르신은 가족들로부터 그 정성으로 가족들을 돌보라는 핀잔을 수없이 들었다. 마을 주민들도 의아하게 쳐다봤다.

도대체 왜 나무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  서 어르신은 그러나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 가꾸기에 몰두했다. 태풍이 불면 행여 꺾일까봐, 가뭄이 들면 말라 죽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나무를 가꿔나갔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 이 나무는 월파마을을 상징하는 나무로 자리 잡았다.  마을 주민들은 현재 이곳 쉼터에 나무를 심은 사람과 심어진 유래 등을 알려줄 수 있는 표지판을 제작해주길 원하고 있다. 

서종주 어르신은 “표지판이 세워진다면 개인적으로 더없는 영광”이라며 “앞으로 후손들에게도 이 나무가 항상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 이곳을 오가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