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보기드문 효 실천 모델
이 시대 보기드문 효 실천 모델
  • 지정운
  • 승인 2010.11.29 09:15
  • 호수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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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공원녹지사업소 나종식 씨

병든 노모를 모시기 위해 자신의 근무처를 옮기고 사랑하는 아내와도 떨어져 사는 공무원이 있어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광양시 공원녹지사업소 소속 나종식(57)씨가 그 감동의 주인공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 시대에 드러나지 않는 효의 참 모습을 실천하는 사람”이란 칭찬을 받고 있다.

나 씨가 혼자서 어머니를 모시기로 작정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2002년부터 광양읍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병든 어머니를 모셨지만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는 부부간에 좀 떨어져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04년 쯤 인사부서에 자신의 근무처를 백운산 휴양림으로 옮겨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 시장님께서 임기 내엔 옮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해 주셔 너무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치매 증상에 거동조차 어려운 어머니를 옥룡면 추산리 양산마을(도선국사마을)로 모셨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상태를 보고, 남은 여생이 2년 정도 될 것이라 예상 했었다.
이곳에서 그는 하루 세끼 손수 밥을 지었고,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다.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며 속절없는 눈물도 흘려야 했다.

“극진한 봉양에 치매 어머니 2년만에 맑은 정신”

어머니는 식사도 아들이 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드셨다. 그래서 항상 식사시간이면 어머니 옆으로 달려와 끼니를 챙겨 드렸다. 이런 시간이 2년 정도 경과 했을 무렵 놀라운 일이 생겼다. 2년 후면 돌아가신 다던 어머니의 정신이 점차 맑아지면서 건강이 놀랍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누워만 계시던 어머니의 정신이 맑아지더니 앉을 수 있게 되고 혼자서도 대소변을 가릴 수 있게 된 것.

이같은 이유에 대해 그는 “식사와 섭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효험을 본 것 같다”고 말한다.
말은 짧게 했지만 그 말 속에는 어머니를 위해 노력했던 그동안의 수많은 노력이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건강을 위한 그의 노력을 알 수 있는 일화도 있다.
그는 2004년 어머니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을 때는 미신적인 행위까지 하면서 어머니의 건강을 갈구했다.  치매 환자가 입는 속옷을 마을 입구에서 불에 태우면 총기가 돌아온다는 내용을 어는 책에선가 읽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양산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어머니가 입던 속옷도 불 태웠던 적이 있다.

그런 정성이 있었는지 그 때는 정말로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 같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행동을 지켜본 마을 주민들에게 그는 칭찬을 넘어 부러움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가 하는 말은 주민 모두가 신뢰해 주고 따라준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들도 그의 성품과 효행에 깊이 공감하며 모든 일에 협조해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머니를 모시기로 작정하과 나서 형제간의 우애도 더욱 돈독해 졌다고 웃음을 짓는다. 과거엔 노모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젠 동생들도 마음의 부담을 덜고 어머님 모시기에 열의를 보인다는 것. 또 자녀들과 조카들에게 경로효친의 산 교육이 된다고 좋아한다.
그는 1974년 공직에 입문했지만 고지식한 성격 탓에 3년 만에 그만두는 등 세상의 출세와는 거리가 먼 길을 달려왔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산 동네로 들어오면서 선배와 후배들에게도 점차 잊혀져 갔다.
하지만 진정 낮은 곳에서 사람됨의 본보기를 보이는 그의 모습이 더욱 크고 깊게 우리 가슴속에 다가오고 있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