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증
심신증
  • 광양뉴스
  • 승인 2011.12.05 10:12
  • 호수 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량진-순천김량진정신과원장

‘심신증’이라는 정신의학적 용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신체화’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 의한 진단분류편에 보면 심신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신체 질환 중에서 그 발병이나 경과에 심리사회적 인자가 밀접히 관여하고, 기질적 내지 기능적 장애가 인정되는 질병 상태를 말한다.


다만, 신경증이나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를 수반하는 신체증상은 제외한다.” 이 설명을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입니다. “분명히 몸(신체)의 어느 부분이 아픈데, 검사에서는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이 증상은 스트레스나 신경을 쓰는 경우에 더욱 아플 수 있지만, 그렇다고 뚜렷하게 정신과적 질병 상태에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문구를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신경성’, ‘홧병’, ‘스트레스성’이라는 말들이 떠올릴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심신증’이라는 말보다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라는 말이 더 친숙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증상에도 이러한 말이 더 쉽게 이해된 가 봅니다.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들도 환자분들에게 증상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라는 말을 잘 붙이기도 합니다. ’신경성 두통‘, ’신경성 위염‘, ’신경성 고혈압‘, ’신경성 심장병‘, ’스트레스성 소화불량‘, ’신경성 대장증후군‘, ’신경성 요통‘ 등 국내에 통용되는 증상들을 열거하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신경증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질병을 배제하지 못하고 진단이 된 경우가 많다보니 순수한 ’심신증‘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분들이 두통, 소화불량, 변비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한데, 정확하게 보면 이러한 증상은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신체증상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울증을 배제하고 진단이 되면, ’신경성 두통‘, ’신경성 소화불량‘으로 진단이 되고 여러 과 진료를 보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한 이러한 증상들은 우울증이 나아야 같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또다른 예로는 공황장애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병증은 정신적 불안의 강도가 너무 높아 어지럼증, 실신, 두근거림, 떨림, 수족 저림, 위장의 이상감각 등 너무나도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증상이 이렇다 보니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으면, 신경과,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각각의 증상에 따라 많은 과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신경성‘이라는 말이 듣기는 편하고 이해하기는 쉬워도 정확한 구분 없이 애매하게 말이 쓰이다 보니 이러한 폐단이 생기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신증, 우리나라에 ’신경성‘이라고 불리는 증상이나 질환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흔하고 그 나라마다 독특한 특색이 있습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질환은 인간의 ’감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나 독일과 같이 감정을 억제하고 잘 드러내지 않는 나라, 미국이나 서부권과 같이 감정을 잘 들어내는 나라, 우리나라나 이탈리아와 같이 성징이 급한 나라마다 심신증의 증상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심장병 중에서 대표적인 관상동맥질환(협심증)의 경우에 인간의 기질(성격)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하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협심증과 연관이 강한 기질을 조사하다보니 몇 가지 공통적인 것이 있어 이를 ’A형 성격‘이라고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A형 성격‘은 공격성, 경쟁성, 조급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고, 이러한 성격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협심증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분노와 적대감을 심하게 억제하는 사람들일수록 고혈압과 협심증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필자 개인적인 견해로는 원래 성격이 급하지는 않아도 급하게 살아야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끝으로 정리해보면 ’심신증‘이라는 개념을 정리해 보면 “정신과 신체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의 상태”라고 생각하면 더 쉬울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우울증이나 신경증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증상을 배제하고 진단되어야 정확한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