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차
쌍화차
  • 태인
  • 승인 2008.02.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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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를 한 잔 마시니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옛날 다방이 떠오릅니다.
20여 년 전쯤 되겠습니다만 필자도 가끔 다방에 들러 쌍화차를 시켜 마시곤 했습니다. 진한 초콜렛 색깔, 그윽한 약내음, 달콤한 맛의 삼박자가 잘 조화되고,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옛 음악과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차의 기운이 어우러지면, 어떻게 차한잔으로 오감(五感)을 이렇게 잘 빚어낼까 감탄이 절로 났습니다. 가끔 쌍화차를 직접 만들어 보는데 그 시절만큼은 아니라도 커피나 녹차에 비할 바 아닌 훌륭한 차임을 재삼 확인하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음양(陰陽) 기운의 조화(和)를 맞춘다는 뜻을 가진 ‘쌍화탕(雙和湯)’이란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은 백작약, 황기, 당귀, 숙지황, 천궁, 계피, 감초에다 생강과 대추를 함께 넣고 달이며, 이것을 차로 만든 것이 쌍화차 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쌍화차는 ‘쌍화탕’과는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쌍화차에는 달걀노른자가 얹어지고 잣이나 채 썰어진 대추가 띄워져 잘 섞어서 마시게 되면 ‘차’라기보다는 차라리 간편한 영양식 같기도 했습니다. 쌍화차 한잔을 마시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가벼워지고 배가 든든하면서 힘이 난다고 하는 이유가 아마 이때문인 듯합니다.

 쌍화탕은 그윽하게 풍기는 냄새로 먼저 약기운(氣)을 취하고, 그 다음에 탕액(湯液)으로 약초의 풍부한 맛(味)을 먹는 것입니다. 약의 기운과 맛을 ‘기미(氣味)’라고 하여 한의학에서는 약재의 선택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합니다. 쌍화탕은 기미의 조화가 아주 잘 된 약 중의 하나로 향기와 맛이 좋아 차로도 쓰이게 된 것입니다.

 보통 감기 걸렸을 때 쌍화탕를 많이 찾게 됩니다. 사실 쌍화탕보다는 ‘쌍금탕’이라는 약이 감기에 더 잘 쓰이는데, 이약은 금(金)을 주어도 안 바꾼다는 '불환금정기산(不煥金正氣散)이란 약에 쌍화탕을 더해서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쌍화탕 자체가 감기약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감기에 걸려 온몸이 쑤시고, 열이 펄펄 끓을 때에는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평소 체력이 약해 자주 감기에 걸리고 항상 감기가 끊이지 않는 분은 체력보강을 위해 드시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감기 예방차원이나 감기를 앓고 난 후 회복기에 드시는 것은 효과적입니다.

 ‘동의보감’에 의한 쌍화탕의 원래 효능은 호흡기 질환, 원기회복 등에 좋으며 머리를 맑게 해주고, 또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쌍화탕에 주로 많이 들어가는 ‘백작약’이라는 약재는 근력을 사용하여 일한 분들의 근육을 풀어주면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쌍화탕은 평소 기력이 약하여 피로를 잘 느끼는 사람, 공부하는 수험생들, 그리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약이 됩니다. 

 몸에 좋은 쌍화탕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좀 비만하다고 느끼거나 소화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몸을 더 습(濕)하게 할 수 있으므로 많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배가 매우 찬 사람이 쌍화탕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장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배가 더 차가워져서 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나는 ‘낭습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화력이 많이 약한 사람은 복용 후 소화가 되지 않고 더부룩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적정량을 피로회복을 위해 한두 번 복용하는 것은 체질과 관계없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차나 보약으로 꾸준히 복용하고자 한다면 자신과 잘 맞는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