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광양뉴스
  • 승인 2013.12.02 10:34
  • 호수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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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최근 한 학부모님으로부터 입시를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다.

입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진 않지만, 여기저기 문의하다가 좀 더 현실적인 답변을 듣고 싶으셔서 필자 지인의 소개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하여 들어보기로 했다.

질문의 요지는 자녀를 우리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데 어떠한 학과를 보내는 게 좋겠느냐는 충분히 학부모로써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는데 무슨 과를 지원해야 안전하고 취업도 잘 되나요?”
나는 답변하기에 앞서 학부모님께 두 가지를 반문하였다.

“자녀분께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죠?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몇 차례의 선문답 같은 대화가 오가고 결국 작년 기준 경쟁률이 가장 적었던 학과와 취업률이 가장 높았던 학과를 말씀해 드리고 대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고 잠시 그 학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과 어떻게 살게 될까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대학 입시가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믿는 우리 사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어떤 대학의 경쟁률과 취업률보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이다.

부모님들의 핑계는 자녀가 잘되길 위해서,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로 합리화 된다. tv에 방송되는 유명 오디션 프로에서도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등장한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자유로운 아이가 법학을 공부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공부는 잘하지만 마음이 여려 피 한 방울 못 보는 아이가 좋은 의사, 간호사가 될 수 있을까? 설사 된다고 하여도 그 아이는 행복한 것인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런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의 뿌듯할 것일까?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 1184명에게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 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41.4%의 직장인이 ‘신중한 적성 파악과 진로 선택’이라고 답했다. ‘학과 공부에 매진’하거나 ‘취업 준비를 일찍 시작 하겠다’ 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도 ‘적성 모르면 후회한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부터 찾아라’ 가 19.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경직된 사회분위기와 교육 정책의 틀 안에서 청년들이 본인의 특기와 적성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으면 주위에서 왜 진로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냐고 핀잔을 듣다가 결국에는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학과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해 버린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보기 좋고 남들에게 말하기 좋은 적당한 직업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부모의 바람을 덧붙여 자녀에게 직업의 선택을 은근히 강요한다. 청소년들은 부모에 의해 제시된 몇 가지 직업들 가운데 자신의 흥미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체면, 그리고 부모의 바람을 고려해 앞으로의 직업을 결정하게 된다. 이 모습이 보통의 청소년이 경험하는 진로선택의 방법들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부모의 욕망, 선생님의 욕망 등 ‘타인의 욕망’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타인의 욕망을 위해 살아가려면, 먼저 자신의 욕망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빈약해진 자아가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언제까지고 자신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욕망을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매화, 벚꽃, 해바라기, 국화, 동백…갑자기 꽃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그대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다.

“자, 위에 등장한 꽃 중에서 그대는 어떤 꽃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다.

“참 어리석은 질문이네. 계절 따라 피는 꽃은 저마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무엇이 가장 훌륭하냐고? 이건 말이 안되는 질문이야!”

이렇게 생각했다면,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가장 훌륭한 꽃은 없다. 저마다 훌륭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제가 피어날 철에 만개하는 것이다.
문제는, 꽃에 대해서는 그렇게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으면서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춘들은 대부분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 -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에서-

청소년의 진로탐색과 결정은 직업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만이 아니다. 직업 선택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기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일을 하며 내가 얼마나 기쁘고, 또 일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기억해야 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가치' 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가 행복과 성공한 인생의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수험생과 젊은 청춘들의 진로결정을 위해 부모가 꼭 해야 할 일은 What to do!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What to be! 어떤 가치를 가지고 실천하며 살 것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가 말했듯 삶은 해답 없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그 질문의 위엄성과 중요성을 믿기로 하며 끝으로 무엇을 위해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고 있는지 헷갈리고 있을 산 중턱의 수많은 등산객들에게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며 짧은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꽃 - 고은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