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속에서 여름나야 할 ‘마산마을’ 노인들의 속사정
컨테이너 속에서 여름나야 할 ‘마산마을’ 노인들의 속사정
  • 김보라
  • 승인 2014.06.30 09:18
  • 호수 5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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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구산리 마산마을회관, 부지 없어 신축 못해
광양읍 구산리 마산마을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마산경노당 모습. 마산마을 노인들은 3년전부터 컨테이너를 노인당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양읍 구산리 마산마을에는 다 녹슨 컨테이너 2동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초입을 기준으로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1동씩 설치된 이 컨테이너의 용도는 ‘마을회관’ 대용, 왼편의 컨테이너는 청년회관으로, 오른편의 컨테이너는 노인정으로 사용된 지 벌써 3년째다.

컨테이너를 마을회관으로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마을 자체가 시원한 서천변에 있기 때문에 더운 건 노인정 옆에 임시로 마련된 정자(우산각)에서 지내면 된다지만 장마철이 가장 큰 문제다.

컨테이너 속 지천에 피어오르는 곰팡이 꽃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하거니와 언제 비가 샐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문턱을 넘나드는 벌레도 고충거리다.
차디찬 겨울에는 난방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전기판넬과 두꺼운 이불에 의존한 채 추운 겨울을 지낸다.

수도나 전기는 인근의 콩나물 공장에서 끌어다 쓰고 있으며 이동식 재래화장실을 급한 대로 설치해 사용하다보니 냄새며 관리가 힘들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들은 제대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조차 버거워 보인다.

특히 노인정과 청년회관이 협소한 데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탓에 식사수발이나 청소 등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60가구, 200여명의 마산마을 주민들이 컨테이너를 마을회관 대용으로 사용하게 된 시작한 것은 ‘구산교’ 설치 공사 이후부터다.

마을 초입에 있던 기존의 마을회관이 구산교 공사부지로 편입되면서 2011년 마을회관이 없어졌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시로부터 건물과 땅에 대한 보상비로 1억7000여만 원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 돈을 마을 공동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있어도 마을 회관을 지을 땅이 없다는 것이다.

마산마을 인근이 주택지로 각광을 받으며 땅값이 뛰는 바람에, 앞으로의 개발을 고려해 누구도 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이 가장 적합한 자리로 여기는 마을 초입의 부지는‘재해위험지구’로 묶여있다. 이곳은 재방이 낮아 침수 우려가 있는 곳으로 주민들은 올 여름을 지낸 후 별다른 침수피해가 없으면 시에서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이 부지는 시와 개인 간 송사도 얽혀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태화 마산마을 이장은 “해당 부지를 마을회관 부지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시에 건의하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면서 “마을회관을 지어 마을 주민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앉아 화합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라는 게 마을 주민 모두의 염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뜻을 알고 있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시에서도 다각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결방안을 강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