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광양뉴스
  • 승인 2014.07.14 09:58
  • 호수 5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이지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우리 대학에서는 매년 수십 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2개국 혹은 3개국으로 해외봉사단 파견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파견한 국가들은 베트남, 인도, 필리핀, 에티오피아, 몽골, 캄보디아, 네팔 등 개발도상국으로 해마다 다양한 미션을 가지고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방학 동안에 학생들과 결식아동지원을 위해 네팔에 다녀왔다. 네팔은 히말라야의 나라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기가 직사각형이 아닌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뭔가 신비로움과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네팔은 세계 최악의 정전(停電)국가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구역별로 매일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이 달라 이곳 사람들은 매일같이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을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다.

마치 우리가 매일 교통정체구간이나 날씨를 확인하는 것처럼. 네팔에 도착한 첫날 밤 다음 일정에 관한 회의를 하다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찰나의 정적 뒤에 오던 놀람과 이어진 볼멘소리들. 그렇게 들어오지 않던 전기를 찾아 헤매다가 어둠속을 저어가며 짐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잠들었던 날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정전에 대비할 수 있는 역할을 정하기에 이르렀고 근처에서 초를 있는 대로 사놓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틀 삼일 째에는 순식간에 모든 전기가 나갈 때 마다 탄성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저녁, 역시나 한참 그날의 반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순식간에 창밖은 달빛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던 우리 학생 중 한명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 나갔고 다른 학생 몇은 약속한 듯 초를 꺼내고 꺼내놓은 초를 몇 명이서 방안 곳곳에 켜기 시작했다. 방안은 어떤 인위적인 전자음도 섞이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와 초가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한참을 열띤 토론을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때 역시 서로 부딪힘도 없이 익숙하게 돌아갔고 나 역시도 불 꺼진 침실로 돌아와 전등 스위치를 켰지만 스위치는 이미 꺼진 상태였다.

별일 아니라는 듯 컴컴한 방안에서도 내가 필요했던 행동들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해가 뜬 아침의 히말라야는 한 번도 예술을 동경했던 적이 없던 것처럼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게 거기에 있었다.

어둠속에서 그랬듯‘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되는 것’네팔에 머무는 동안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교훈이다. 구름에 가렸다고 해서 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어두운 밤이 온다고 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가 배가 부르다고 해서 배고픈 아이들이 없지 않은 것처럼.

이처럼 여행은 우리가 책으로만 배울 수 없었던 교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순간과 깨달음을 선물한다. 인도의 철학자 브아그완은 여행에 대해‘여행은 그대에게 세 가지 유익함을 준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 세 번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라고 말했고‘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의 책을 통해‘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실제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생들이 성장하여 돌아오는 것을 보면 여행의 효과와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한 번의 여행을 통하여 자신과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인도를 여행했던 비틀즈가 그랬고 티벳을 여행했던 스티브잡스가 그랬었고 오토바이로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한 체 게바라가 그러했다.

굳이 우리는 여행을 항상 버킷리스트에만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대학생들의 방학이 긴 이유가 있을 것이고 여름휴가가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일주일 중 이틀을 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라 시간이 없다고 돈이 없다는 핑계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고 돈이야 어차피 평생 벌면 되는 것 아닌가? 조용필까지도 여행을 떠나라며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여행이란 일상에서 영원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며, 좀 더 새로워진 나를 만나는 통로이고 넓어진 시야와 마인드 그리고 가득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아네스 안/여행길에서 찾은 지혜의 열쇠 프린세스 심플 라이프 中)’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배낭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여행’과‘관광’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디에 가는 것보다 어떻게 가는지, 왜 가는지가 중요하다.

프랑스의 에펠탑을 직접 본다고 하여도 어차피 우리가 매번 봐왔던, 알고 있던 그 모습이다. 여행은 그냥 떠났기 때문에 돌아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대었을 때 내가 떠난 이유를 알게 되지만, 관광은 떠나기 전에 떠난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은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 것이고, 관광은 떠날 이유를 찾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애쓰며 살아온 당신, 떠나라! 추천도서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