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예초기 작업에 8살 남아 부상
단지 내 예초기 작업에 8살 남아 부상
  • 김보라
  • 승인 2015.09.25 16:56
  • 호수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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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측‘책임 회피’에 일가족 두 번 상처

 아파트 단지 내 예초기 작업으로 8살 남자아이가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 아이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보상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와 관리사무소의 태도에 아이와 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사고경위

 지난달 27일 오후 5시5-10분사이 금광아파트 주차장. 초등학교 1학년인 A군은 평소처럼 태권도학원에 갔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이물질이 A군의 오른쪽 볼을 강타했고, 깜짝 놀란 A군은 태권도복이 피범벅이 된 채‘엄마’를 울부짖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아이는“관리실 아저씨들이 총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뭇가지 같은 게 날아와 다쳤다”고 말했다. 단지내 CCTV를 확인한 결과 동일 시간대 사건 발생 현장에서 6m쯤 떨어진 곳에서 경비원 2명이 예초기로 화단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아이는 얼굴 근육까지 손상돼 십수바늘을 꿰맸지만 1달 여 지난 지금도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으며 평생 얼굴에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A군은 현재 안면 근육 회복을 돕고 상처를 최소한 남기지 않기 위해 재생 치료를 받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도 흉터가 남게 될 것이라는 게 담당의사의 소견이다. A군의 부모는 1달 동안 100만원의 치료비를 지출했다.

 성형수술을 받으면 흉터를 없앨 수 있지만, 이마저도 성인이 된 다음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 후 아파트 경비원 2명은“마음이 너무 무거워 둘이서 모았다”며 아이의 치료비로 40만원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부모는‘경비원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 측에서 나서야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정중히 돌려보냈다. 며칠 뒤 관리소장과 아파트 경비원들이 다시 찾아와“입대의 대표와 소장이 조금 더 보탰는데 이게 할 수 있는 최선, 좋게 해결하자”며 60만원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일단 A군의 부모는 60만원을 받아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마음에 아파트 공동 차원에서 해결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몇 번의 옥신각신 끝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A군의 부모는 지난 19일께 관리소장과 경비원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부모 “공무 중 발생, 아파트 책임”

 A군 부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경비원들이 단지를 관리하다 발생한 사고인 만큼 아파트 측에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지 내 예초기 작업에 관해 안내방송도 없었으며 작업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왕래가 잦은 시간에 작업을 강행해 발생한 예견된 인재이기 때문에 더욱 입대의나 관리소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금강아파트는 1년에 3-4번 화단을 가꾸는 작업을 하는데 보통은 용역에 맡겨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한번에 200만원정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입대의는 돈을 아끼고자 경비원들에게 작업을 맡겼다. 통상적인 절차를 따라 용역에 맡기면 예초기 작업 날짜를 정해 주민들에게 공지한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경비원들이 업무시간 틈틈이 작업을 하다 보니 사전공지 절차가 생략됐다.

 또 관리소장은‘경비원들에게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예초기를 쓰고 지나다니는 곳에서는 낫으로 작업할 것’을 교육했지만 경비원들은 번거로움을 이유로 아이들이 지나는 통로에서도 예초기 작업을 진행했다. 관리소장 역시 이 부분을 제지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작업 중 안전 장비를 착용하거나 설치하지 않았으며 보행을 통제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이곳을 지나면서 어떠한 주의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A군 부모는“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손해배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치료비만큼은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해야 할 일도 아닌 일 하다 사고 낸 경비원들에게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아파트측 “사고일 뿐, 명분 없어”

 입대의와 관리사무소는 고의성 없는 사고일 뿐이기에 책임질 사람도, 보상할 명분도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사비로 60만원을 걷었으니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김계애 금광아파트 입대의 대표는 “법이나 아파트 규정을 뒤져봤지만 누구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운이 없어 발생한 사고일 뿐, 입주민들의 관리비에서 아이의 치료비를 지불해야할 근거가 없다”면서“CCTV확인결과 예초기 작업에 다쳤을 것이라는 정황만 있지 직접적으로 해를 입혔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세규 관리소장 역시“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