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이 쓴 글만 읽지 않고, 내가 쓴 글도 읽는다”
“이젠 남이 쓴 글만 읽지 않고, 내가 쓴 글도 읽는다”
  • 최혜영 기자
  • 승인 2016.02.26 20:56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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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식‘문맹을 넘어 세상의 중심으로!’

“봄햇살 아래서도 배워보고...
태극기도 그려보고...
동무들과 얘기 나누면서도 배우고...
자꾸 배우니까 이제 뭔가 알 것 같다.
이제 역무원한테 묻지 않고
기차도 탈 수 있다.
더 좋은 건… 이젠 영감한테 내 이름
써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축제장에서도 가고 싶은 곳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4일 시청 회의실에는 박수소리와 함께 함성이 가득한‘제1회 초등학력인정 졸업식’이 열렸다. 시는 지난 2013년 전라남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 기관으로 지정된 이후‘문맹을 넘어, 세상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문해교육 1단계부터 3단계(초등 1~6학년 과정)의 3년 교육과정을 운영한 결과 문해교육 전과정을 이수한 어르신 49명(읍노인복지관 30명, 중마노인복지관 19명)의 졸업생과 재학생(32명), 가족 친지들이 참석했다.
 

   
   
   
   
 

회의실 앞에 줄지어 오고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화작품전은 직접 지은 시를 정성껏 적고 그려 그동안 배운 실력을 뽐내려는 졸업생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해강사 대표로 송사한 송봉애 강사는 “이 교육을 시작할 때 부딪침의 연속이었지만 굳은 손잔등 너머 한자한자 알아가며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긴 시간 오로지 한 길로만 걸어왔던 8년의 시간은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발판이었다”며 “3년 동안 배운 글로 한 땀 한 땀 완성해 만든 수필집‘내 인생의 봄’과 자서전‘빈 밭이 되어버린 나’를 출간한 우리 학습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매일 이른 새벽 밭일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출석하여 문해교실을 비롯해 수지침, 장구,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마을로 돌아가 해거름에 다시 농사짓기를 3년간 해 오신 이장춘 어머님은 답사를 통해 “공부는 끝이 없다는데 건강이 다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배우며 건강하게 살자”며 졸업의 기쁨과 아쉬움을 전했다.
 

   
   
   
 
광양제철고에 재직중인 김범중 씨는 어머님 김일순 씨의 작품을 안고 감격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한 김일순 어머님 아들 김범중 씨는“힘든 과정을 자부심과 열정으로 초등과정을 이수한 어머님이 자식으로 정말 자랑스럽다“며“끊임없는 노력과 강한 열정, 의지를 높이 사고 존중한다”고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전했다.

이병환 교육청소년과장은“제1회 졸업식은 무학력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의 기초학력 향상과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양읍노인복지관과 중마노인복지관에는 각각 1~3단계 52명, 3단계 20명의 만학도가 선배들의 뒤를 이어 제2의 인생을 위해 성실하게 초등학력인정과정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