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문화탐방| 수월정(水月亭)의 전설<6> 송강 정철의 문학세계
우리지역 문화탐방| 수월정(水月亭)의 전설<6> 송강 정철의 문학세계
  • 광양뉴스
  • 승인 2016.03.11 20:47
  • 호수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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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래 시인•수필가
조동래 시인·수필가

  흘러가는 강물은 10년을 흐르면서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요동치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송강이 12세가 되었을 때 양재역벽서사건(良才驛壁書事件)이 터지면서 다시 을사사화의 여파가 그의 집안에 휘몰아쳤다.

  그 일로 아버지는 다시 경상도 영일로 유배되었으며, 맏형 자(滋)까지 허물을 쓰고 함경도 경원으로 귀양 가는 도중 32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또한 둘째 형 소(沼)는 과거를 준비했으나 벼슬에 환멸을 느껴 처(妻)의 고향인 전라도 순천으로 은거하게 되고, 송강은 아버지를 따라 유배지인 영일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4년 후인 16세 때(1551년, 명종 6년) 왕실의 대를 이을 왕자(훗날 선조)가 태어난다. 이로 인해 아버지가 사면을 받아 유배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송강은 유배에서 풀려난 아버지를 따라 조부의 묘가 있는 담양군 창평 당지산 기슭에 있는 지실 부락에 살았고, 이들을 지실 정씨라고도 했다.

  이후 27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나가기 전까지 이곳에서 향리의 선비인 송순ㆍ임억령ㆍ김윤제ㆍ김인후ㆍ양응정ㆍ기대승 등 당대 기라성 같은 학자, 문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학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성원·고경명 과 같은 무관까지도 교유하며 성장했다. 송강정철에 있어 창평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자 마음의 고향으로 믿게 되었다. 이곳은 청춘의 꿈과 인성이 영글어가는 성장의 터전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새로운 인생은 김윤제(沙村 金允悌)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김윤제 와 인연이 맺어짐으로서 그는 배움의 길이 열리고, 배필을 만나 성인의 예를 올리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송강이 김윤제를 만나게 된 연유를 보면, 창평에 살고 있던 그는 여름날 둘째 형 소를 만나러 어머니와 함께 순천으로 길을 떠났다.

  가는 도중 날씨가 하도 더워 성산(星山)기슭에 흐르고 있는 자미탄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이 때 김윤제는 벼슬을 잠시 접고 성산 맞은 편 작은 언덕에 환벽당(環碧堂)을 짓고, 시와 술을 벗하며 한가히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여름 그날 졸음에 겨워 잠시 눈을 붙이노라니, 앞개울에서 한 마리의 용이 노니는 꿈을 꾸었다.

  너무나 현몽이라 자리에서 일어나 자미탄 강변으로 나가 둘러보니 마침내 멱을 감고 있는 소년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비범함을 알아본 그는 그 소년을 불러 여러 가지 문답을 해보니 참으로 영특했다. 하여 그는 송강이 가고자하는 순천행을 접도록 어머님께 동의를 구하고 자기 문하에서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듯 송강과 김윤제와의 만남은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극적인지 운명에 의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송강은 김윤제의 문하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배움에 들게 되고, 윤제의 종질(從姪: 사촌형의 아들)인 서하 김성원(棲霞 : 金成遠)도 함께 공부를 했기 때문에 송강은 그와 동문수학의 연을 맺게 된다.

  한편 송강은 17세 되던 해(1552년)에 문화(文化) 유씨와 혼인을 하게 된다. 부인된 유씨도 창평에 살았고 김윤제의 외손녀였다. 그로인해 김윤제는 송강의 처 외숙이 된 것이다. 윤제는 송강에게 재산의 일부를 나누어 주었다. 이로써 송강은 장래에 승승장구 할 틀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로서 유년시절의 안정에서 청소년기로 접어들 때 정변의 파고를 넘고 나서 다시 평온한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여울이고 강물이고 간에 물의 품성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자애로우면서도 차갑기도 하며 맑고 고요하게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쉼 없이 흘러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흘러가면서 더 커지고 세찬 힘을 갖게 되는 생리를 우리는 역사에서 보와 왔다. 담양의 산 기슭에 흐르는 강은 거대한 용을 품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집 북쪽 높은 정자에 올라 지은 7언 시는 후일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해서 창평으로 내려와 쓴 작품으로 보인다.‘대궐에 있는 임’을 이별한 외로운 처지에서 충정을 전하고자 했던 심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