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전어의 참맛
광양전어의 참맛
  • 광양뉴스
  • 승인 2016.10.14 21:56
  • 호수 6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전어 맛이 극에 다다르는 풍어의 계절. 곳곳에서 전어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광양도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망덕포구 일대에서 광양전어축제를 마쳤다. 올해 17회째를 맞이한 광양전어축제에서는 전라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된‘광양진월 전어잡이소리’시연이 있었다.

‘전어잡이소리’유산을 갖고 있는 광양은 예로부터 전어의 풍어 지역이었으며, 다양한 전어 요리법도 있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전어는 많이 잡히고 있지만 요리는 과거에 비해 빈약해졌다. 축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소금구이, 전어무침, 전어 회 등에서는 광양만의 특징을 찾기 힘들었고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광양전어축제에 대한 아쉬움이 요리측면에서 남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먹어 본 전어의 맛을 잊지 못해서이다. 이맘 때 쯤이면 어머니가 밥할 때 전어를 찌거나 숯불 위에 놓은 석쇠에 전어를 구워 양념장을 발라 주곤 했었다.

그 때 먹었던 전어 맛에 대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어 지금도 늘 양념이 순하게 배인 따끈한 전어 맛을 그리워하곤 한다. 그 맛이 그리워 가을철이면 이곳저곳의 전어축제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헛수고만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외사촌 동생에게 했더니 자신도 그것 때문에 가끔 부부싸움을 한다고 했다.

현재 김해에 살고 있는 광양출신의 외사촌 동생은 어렸을 때 먹었던 양념장이 배인 생선을 먹고 싶어 하는데, 목포 출신의 부인은 소금구이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같은 전남이라도 전라선 권역과 호남선 권역에 따른 음식문화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에서 시작되어 순천, 광양, 구례, 곡성, 순창, 남원, 임실, 전주로 이어지는 전라선 음식은 장문화가 돋보이며, 목포에서 시작되어 무안, 함평, 나주, 광주, 장성, 정읍으로 이어지는 호남선 음식은 소금 문화가 강하게 배여 있다. 전라선 권역은 콩 생산이 많고, 된장과 간장, 고추장의 제조 기술수준이 높고 이를 이용한 음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음식은 된장, 간장, 고추장의 적절한 배합과 더불어 젬피, 방앗잎, 고들빼기 등 호남선 권역의 음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미 채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장류와 조미류를 활용한 간재미찜, 구이에 양념장을 바른 요리도 흔한 것이 전라선권의 음식이다.

호남선권에는 목포, 무안, 신안 등 소금 산지가 많다. 소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소금을 활용한 젓갈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음식은 다소 짜고 홍어처럼 자극적인 것이 많다. 생선 요리도 찜보다는 소금구이처럼 소금을 활용한 요리법이 더 발달되어 있다.

전라선과 호남선의 음식문화는 대체적으로 이러한 차이가 있다. 양념장을 바른 생선과 소금구이를 놓고 다툰다는 외사촌 동생 부부도 결국 전라선권의 광양과 호남선권의 목포출신이라는 DNA 때문일 것이다.

광양은 백운산, 광양만, 섬진강하류에서 생산되는 식재료가 풍부하고, 양념장 문화가 발달했던 지역으로 광양불고기는 양념을 묻혀서 석쇠에 구워먹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소금구이에 밀려났지만 양념장을 사용한 전어찜과 구이 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그 식문화에 대한 전통과 향수가 있고, 양념장을 사용한 전어찜과 구이 요리의 맛을 생각해 볼 때 소비확산 가능성은 매우 크다.

양념장 또한 광양의 고로쇠단풍수액을 이용한 간장과 젬피, 방앗잎, 재래종 파, 마늘, 광양매실 엑기스를 조합한 것 등 광양만의 개성이 담긴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념장 소스가 알맞게 배어 순하고 감칠맛을 나타내는 맛! 이것이 광양전어의 참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맛은 소금 덩어리의 짠맛에 가려진 소금구이 전어와는 근본이 다르다. 광양에서 나는 양념장이 적절하게 배여 있는 따뜻하고 촉촉한 맛을 지닌 전어 요리. 광양전어축제뿐만 아니라 광양의 식당에서도 만나길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