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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5>
사람이나 짐승이나 한결같은 ‘부모님의 자식 사랑’
[767호] 2018년 06월 22일 (금) 18:32:10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두어 달 전 알을 품고 있는 꿩을 밟을 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정신없이 고사리를 꺽고 있는데 발밑에서“푸드득~~!”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까투리가 날아가고 없는 둥지에는 15개가 넘는 꿩알이 보였다. 3일마다 이곳을 지나가는데 어떻게 이 많은 알을 낳을 때까지 몰랐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알을 지키려는 어미의 모성애가, 농부의 왼쪽발이 그의 몸에 닿기 전까지는 둥지를 포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유년 시절, 보리밭에서 꿩알을 주워 삶아 먹은 추억 때문에 횡재한 기분으로 아내를 불렀다.“이거 담을 비닐봉지 하나 챙겨 오소 잉.”“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뭔 소리다요? 계란 사다 실컷 삶아 줄 테니까 그런 소리 마세요.”

아내의 면박에 부끄러워 할 틈도 없이 꿩알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꿩의 부화 기간이 23일이라는데 놀란 어미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닭을 부화 시켜서 키우는 지인의 부화기에 넣기로 하고 며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미가 돌아와 준다면 편하게 알을 품을 수 있도록 이 근처의 고사리는 포기하기로 했다. 탐스런 고사리가 아깝기는 하지만 접근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3일후, 다시 그곳에 가는 날이 됐다. 조심스럽게 둥지가 있는 곳을 쳐다봤더니 어미가 돌아와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농부를 쳐다보는 눈이 겁에 질린 듯 보이기도 하고, 알을 그대로 둬서 고맙다는 눈빛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에 그의 시선을 피해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다. 도저히 마주 볼 수 가 없었다. 고사리 끊다가 밟았거나, 알을 가져가기라도 했다면 단란했던 꿩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을 텐데 돌아와 준 어미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둥지 근처까지 고사리를 찾아 갈까봐  접근을 막기 위한 줄을 쳐놓긴 했는데 그 줄 부근에 갈 때쯤이면 멀리서 꿩 꿩 하고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장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농부의 행동을 남편이 지켜보고 있다가 알을 품고 있는 아내에게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해치지 않겠다는 걸 보여 줬는데도  남편은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노리는 들고양이가 더 무서운 놈인데 왜 나만 경계하는지 모르겠다.

10여일이 지났는데 지금도  안전하게 알을 품고 있다. 근처의 고사리들도 그 놈 덕분에 농부의 손길을 피해 쑥쑥 커 가고 있다. 꼼짝 않고 알을 품고 있는데 밥상은 누가 차려 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배고플 텐데 한 끼라도 먹여주고 싶지만 밥상 들고 접근하면 또 놀라서 도망갈까 봐 안타까운 마음만 가질 뿐이다.

아래채  처마 밑에다 둥지를 틀고 쉴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 나르며 요란스럽게 새끼를 키우던 박새가 엊그제 떠났다.

“박새처럼 이별의 인사도 없이 조용히 떠나지 말고 너는 이쁜 새끼들 쪼로록 데리고 와서 한나절쯤 놀아준 다음에 떠나거라 잉”멀리서 혼잣말을 해 본다.

이놈도 농부의 부탁은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집 창고를 몰래 찾아와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가 있다. 처음엔 6마리였는데 어떤 놈에게 5마리를 뺏어 왔는지, 얻어 왔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며칠 후 11마리로 늘어난 놈들을 젖을 물려 키우고 있다. 그들은 엄마가 집을 비우고 없으면 심심하다며 나를 찾아와 재롱을 보여 주기도 한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보며 잠시 울 엄니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제비 새끼들 입에 쉴새 없이 먹이를 넣어주던 엄마 제비를 가리키며 “우식아! 내가 늙고 병들어 너도 힘들고 이 애미도 힘들어 할 때는 이 장면을 한번쯤 떠 올려 보거라.”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지금은 알 수 있을것 같다.

어제가 어버이 날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 “잘 계시죠?”              

이우식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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