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의혹 키우는 광양시…정해 놓고, 공모는 요식 행위
불필요한 의혹 키우는 광양시…정해 놓고, 공모는 요식 행위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5.08 17:28
  • 호수 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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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경관개선·관광슬로건 등
공모·의견수렴 후 결과 달라
발표 시기 늦어져 의혹까지
광양시가 관문 경관개선사업을 위해 진행한 시민 설문조사에 총 715명의 시민들이 응답했지만 최종 결과가 달라졌다. 사진은 설문조사에 활용된 후보지 9곳

광양시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모와 의견수렴 등 절차를 밟고도 결과값이 달라져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 중 기존에 공표했던 발표시기마저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어 세심한 행정 추진이 요구된다.

크게 거론되고 있는 사업은 광양 관광 홍보를 위한 슬로건 대국민공모와 광양시 관문 경관개선사업 등이다.

먼저 슬로건 대국민공모의 경우 시가 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특색 있는 슬로건을 선정할 목적으로 지난 1월 9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공모를 추진했다.

각각 최우수작 1명, 우수작 2명, 장려작 3명을 선정하고, 1월 말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공모 결과 전국에서 221명이 615건을 접수했다.

이후 자체적인 슬로건 선정위원회를 열어 10건을 선정하고, 온라인 선호도 조사로 6건으로 좁혔지만, 내부회의 결과 6건 모두 대표 슬로건으로 활용하기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내부 공무원들이 추가 제안한 초안 4건을 더한 10건이 시정조정위원회 심의를 받았고, 내부 공무원이 낸 슬로건이 최종 확정됐다.

대국민공모로 최종까지 갔던 6건은 모두 장려작 선인 10만원만 수상키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원래 계획인 1월 말보다 약 2달이 더 미뤄진 셈이다.

이어 광양시 관문 경관개선사업은 2021년까지 30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초기부터 대규모 조형물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며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시는 지난 1월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총 715명의 시민이 응답해 9곳의 후보지 중 최적지로 광양톨게이트를 꼽았다. 담당부서는 내부적으로 최적지로 꼽았던 광양-순천 경계(반송재)와 시민의견이 달라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14명으로 구성돼있던 자문단을 27명으로 확대하고, 2월 25일 주민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자문단을 포함한 사회단체 284곳의 자문을 받았다.

자문 결과 시민의견수렴 때와 달리 반송재가 최적지로 꼽혀 지난달 마찬가지로 시정조정위의 심의를 받았다.

문제는 2개 사업 모두 확정 전에 시가 별도로 추가 추진하게 되면서 기존에 진행했던 공모와 시민 설문조사 결과가 무용에 가깝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어차피 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결정할거면서 왜 의견수렴을 거쳤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진환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면 합리적인 의견수렴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행정력과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는 물론,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잘 정리됐는지 보는 평가에서 부정적인 인식만 높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세심한 행정 추진으로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더 신중해 달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절차상의 미흡한 점을 인정하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직 사업 추진 과정이 많이 남았고, 더 꼼꼼하게 판단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