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힌 주민과의 대화 ‘해법 없나’
판박힌 주민과의 대화 ‘해법 없나’
  • 광양넷
  • 승인 2007.02.07 19:31
  • 호수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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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시간 두 시간…실제는 한 시간 반 ‘전시행정’ 우려 목소리
이번 권역별 주민과의 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부족에 있다. 주민과의 대화 시간은 두 시간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참석 인사소개와 시장 인사말, 올해 시정 방향 보고회 등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대화 시간은 90분 정도이다.

이 시간 동안 3~4개 지역 주민들이 질의응답을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것은 당연지사. 약 10~15명이 질문을 하면 평균 10분에서 7분당 1명꼴로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결국 주민들은 지역 현안에 대해 시의 명쾌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에 적잖은 실망을 한 모습이다.  권역별로 빠짐없이 나왔던 질문이 시간 부족이라는 데 있다.

각 권역별 질문자들은 “두 시간 동안 서너 개 지역 주민들의 궁금증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겠느냐”며 짧은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미 파악한 질문, 답변 ‘미흡’
 
시는 이번 주민과의 대화를 위해 미리 각 읍면동별로 예상 질문 자료를 모두 취합했다.

성실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파악했다는 게 광양시의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주민과의 대화는 예상 질문 자료에서 대부분 나와 약 70%정도의 예상 질문 적중률을 보였다. 결국 이번 대화의 시간 동안 시는 주민들이 무엇을 질문하고 있을 지 대부분 파악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질문 내용만 파악했지 명쾌한 답변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질문 역시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사안들이었지만 주민들은 뚜렷한 답변을 듣는 경우가 거의 없어 ‘헛심만 썼다’는 지적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해당 지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고 예상 답변을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주민과의 대화에서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과의 대화 답변 역시 “적극 검토”나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등 명확한 답변이 아닌 틀에 박힌 대답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일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못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시의 무성의한 답변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원론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주민들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시로서도 예산문제를 비롯해 갖가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답을 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공개된 자리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어떤 사업에 대해 ‘추진할 수 있다, 없다’ 등 명확히 답변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답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대화 현장에서 “안된다”는 정확한 답변을 할 경우 현장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끝도 없는 격론을 벌이는 등 자칫 하다가는 주민과의 대화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해명이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소신껏 답변을 하면 좋겠지만 자칫 말한 마디 잘못했다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답변이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주민과의 대화, “전시행정 우려”

현재 전국 각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과의 대화는 단체장이 주민과 직접 만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요즘 각종 민원 접수 채널이 발달된 상황에서 짧은 시간 동안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공무원은 주민과의 대화 자체가 단순한 만남의 장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공무원은 “요즘같이 열린 행정 시대에 주민들은 지역 현안에 대해 각 읍·면·동에 수시로 의견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와 시청 홈페이지, 각 읍면동사무소, 노조게시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민들이 의견을 나타내는데 굳이 시장이 나서 주민과의 대화가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또, “광양시의 경우 시장에게 직접 찾아가 민원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지 않느냐”며 “예상된 질문과 답변이 주된 주민과의 대화 자체는 없어져야할 전시행정이다”고 주장했다.  

물론 주민과의 대화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가 주민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자체에 만족감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시장과 공무원들이 현장에 직접 나와 시정을 알리고 지역 현안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주민과의 대화, 개선 방안은?
 
이번 주민과의 대화에서 첫 번째로 지적된 문제점은 권역별 실시였다. 이 같은 제도는 지난해 7월 이성웅 시장의 민선4기 출범에도 적용했던 방법이다. 권역별 실시는 여러 지역이 한데 모여 지역별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반면 깊이 있는 대화가 없었다는데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권역별 실시가 다른 지역 현안도 살펴볼 수 있고 시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노신 의원(광양읍)은 “주민과의 대화는 주민이  지역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자리다”면서 “대화 현장에서 각 지역 주민간 이해관계도 얽혀있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번 대화가 현장에서 발언권도 제한하고 실질적인 대화도 이뤄지지 않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권역별 실시보다는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읍면동별로 실시해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권역별과 읍면동 실시는 장단점이 있다”며 “권역별로 실시할 경우 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짚어보는 점이 있고 읍·면·동은 해당 주민숙원사업과 관계된 질문이 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권역별 실시와 함께 짧은 대화 시간도 문제다. 두 시간의 대화면 한 읍면동에서 갖가지 현안을 나누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결국 사회자는 주민과의 대화 시간 동안 연일 “시간을 고려해 달라”며 질문자에게 시간 조절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공무원은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시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경우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하는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의견을 쏟아지자 답변 역시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시장과 주민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주민과의 대화 폐지는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주민과의 대화는 시장과 주민의 대화 창구인 만큼 폐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민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내년에는 좀 더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연중 수시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 방법 등으로 개선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