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당신에게 (서종탁)
꿈을 잃은 당신에게 (서종탁)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14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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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탁 전 광양교육장
하늘이 눈이 부시게 푸르르고 들에는 황금빛이 찬란한 가을 어느 날.

읍내에 약속이 있어 가는 길에 가을 빛이 너무 좋아 읍내까지 걷기로 했다. 약 10리 남짓한 길인데 중학교 때는 3년간 통학을 했고 버스가 다니기 전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걸어서 다녔던 길이다.

강변도로를 따라 걷는데 냇물이 많이 말라서 보기가 흉했다. 냇물에 보를 막아서 물이 호수처럼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릴때는 은어, 파리, 차가사리, 모래무지, 장어, 메기, 자라 등의 물고기가 흔해서 여름날 친구들과 어울려 목욕을 하노라면 피리들이 몰려와 몸을 간지럼히기도 하고 그 위 물살이 센곳에서는 낚시를 잘하는 동네 어른이 물안경을 쓰고 기어다니면서 은어를 긁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라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자래바구’라고 불렀던 커다란 바위가 냇물 가운데 있었는데 초여름날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보면 자라가 바위위에 올라앉아 몸을 말리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선가 물이 오염되고 시냇물도 줄어들어 은어는 물론 피리조차 볼 수 없었는데 최근에 광양시와 환경단체들의 노력에 의해 은어가 살게 되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마을 앞길을 가는데 싸이카를 타고 가던 사람이 저만큼 멈취 서더니 웬 늙은이가 미소를 띄며 서있다. 마을에 사는 선배인가 하고 인사를 하려고 다가가니 “형님! 어디 가시는데 걸어가십니까?” 하고 먼저 인사를 한다. 가까이서 보니 2,3년 후배인것 같은데 많이 늙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 걸으면서 생각하니 그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아내 깨달았다. 자신의 나이들고 늙어가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이 늙었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큰 착각인가?

그러고 보니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많은 착각을 하게된다. 며느리가 자기는 영원히 젊을것처럼 나이 많은 시어미를 학대하다가 세월이 흘러 자신을 학대하는 며느리를 보면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며느리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만은 늙음이나 질병이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필자는 순천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순천 사범학교는 1946년 11월 1일에 개교하여 동부육군의 교육자들을 배출하는 교육의 요람으로 자라다가 정부의 교육대학 설립 방침에 따라 1963년 3월 7일에 제16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되었다. 그렇기때문에 총동문회 모임때면 회장의 대회사에 해마다 나오는 말이 ‘모교도 없고 후배도 없어 아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막둥이인 16회 졸업생들도 모두 회갑이 넘었으니 총동문회장은 60대 70대들이 모인 경노잔치상이 되고 말았으니 모두들 늙어버린 선·후배들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힘이 넘치고 화려했던 모습을 회상하면서 아쉬움과 절망에 빠지고 허무주의에 잠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제의 청춘이 오늘은 백발’이라 했던가? 또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늙은이는 추억에 산다.’고 했던가?

하지만 미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 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20대니  하는 인생의 어느 시기가 아니고 마음의 상태다. 20대라도 가슴에 꿈이 없으면 늙었고 60대라도 가슴에 꿈이 있고 빛나는 예지가 있다면 그는 젊었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청춘’이니 ‘노인’이니 하는 기준은 형식적인 나이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마음 가짐에 달렸다는 것이다.

잭 캔 필드라는 사람이 쓴 ‘꿈을 도둑맞은 사람들에게’라는 책에 보면 ‘삶은 숫돌과 같다. 숫돌이 당신을 갈아 없앨지 반짝거리게 다듬어 줄지는 당신의 결정에 달려있다. 목표를 가져라. 목표를 적어라 목표는 자석과 같아 사람을 끌어 당긴다. 나는 최고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교사는 운명이 자기에게 주어진 교육에 대한 신성한 사명을 고맙게 생각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경건한 마음으로 ‘오늘 우리 학생들에게 어떠한 마음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것이고 일반 공무원이라면 ‘오늘 하루는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살며 시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생활은 빛이 날 것이다.

꿈이란 ‘무엇이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하는 것도 꿈이지만 어떻게 살고 싶다. 아름답고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꿈이다. 그러니까 젊은이나 늙은이나 누구든 자기 나름대로의 꿈을 갖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글에 보니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하면서 25년씩 구분하였다. 출생서부터 25세까지는 기초훈련 단계, 26세부터 50세까지는 전반전, 51세부터 75세까지는 후반전, 76세 이후는 연장전. 축구는 전반전보다 후반전, 후반전 보다 연장전이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 중에 90% 이상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한다.

“꿈을 잃은 당신이여!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감사드리면서 활기찬 하루를 그려봅시다. 아침운동을 끝내고 거울앞에 서서 면도를 하노라면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길것만 같지 않습니까? 내일은 꿈꾸는자의 것입니다. 오늘도 가슴속에 아름다운 꿈을 그려봅시다. 인생 후반전의 멋있는 승리를 위해서.”
 
입력 : 2005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