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달라는데 콩을 주니 싸우는 수밖에요”
“호박 달라는데 콩을 주니 싸우는 수밖에요”
  • 광양신문
  • 승인 2006.10.20 19:16
  • 호수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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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신고 낸 배훈 부위원장
이번에 집회신고를 낸 배훈(38)씨는 19명의 태인동주민대책위 구성원 중 태인동 내 5개 마을별로 주민직선으로 뽑은 5인의 주민대표중 한 사람(1구 도촌마을)으로 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태인동 주민대책위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사진>


▲집회신고를 왜 부위원장 이름으로 내게 됐나
대책위 내에 입장 차이가 크다. 한편은 강경한 투쟁으로 맞서 우리가 얻을 것을 정당하게 얻자는 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철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쪽이다. 심지어 주민들이 투쟁을 하면 제철소가 주겠다는 20억원마저 못 받을 수 있다고 주민들을 회유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위원들은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이다. 대책위원들이 개인적 입지 때문에 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지난 20년 동안 코와 입을 막고 살아왔던 내 부모님과 자식의 몸이 과연 어떤 상태인지 우리는 알고 싶다. 우리는 호박만한 크기를 원하는데 포스코는 콩만한 것으로 넘어가려 한다. 이를 주민들이 받아들일 리가 있겠는가? 콩만한 것은 싸우지 않고서도 얻을 수 있고 이미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콩만한 크기를 가지고 타협하자고 한다. 그 콩만한 크기도 힘께나 쓰는 사람들 일부가 독식해왔다. 주민들의 불신이 어디서 형성됐는지 대책위원들은 알아야 한다. 대책위원들이 대책위를 처음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녀회에서도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자고 말한다. 주민들의 마음은 하나로 결집돼 있다. 집회가 열리면 주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위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포스코와의 협상에서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다. 태인동 주민들은 보다 깨끗해진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싸우지 않고서는 우리의 환경을 개선할 수가 없다. 다른 지역 시민들께서 태인동 주민들의 아픔과 행동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김광석 기자
 
입력 : 2005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