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들의 고마운 ‘약손’
등산객들의 고마운 ‘약손’
  • 이성훈
  • 승인 2006.10.20 19:19
  • 호수 1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산로에 구급함 설치한 (주)KMS
가야산과 백운산에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길목에 비상 구급약과 등이 비치된 구급함을 설치하는 벤처기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스 자동주입기, 산업안전보호구, 유흡착제 등을 제작하는 (주)KMS(케이엠에스ㆍ대표이사 김용한·사진)가 그 주인공.

김용한(34)대표와 회사 직원 10명은 지난 4월 23일 가야산 동백쉼터에 첫 번째 구급함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큰골 약수터와 백운산 한재삼거리, 진틀삼거리, 성불사 입구 삼거리 등에 설치했다.

이들이 산 중턱에 구급함을 설치키로 한 것은 지난해 부터다. 김용한 대표는 “지역출신으로 기업이윤을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가 구급함 설치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구급함은 지난해 12월 계획을 짠 후 올해 3월부터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그러나 구급함 실천은 계획의 몇 배이상 힘들었다고 말한다.

시에 구급함 설치에 관한 계획서를 제출 허가를 받은 후 산주인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치 동의를 구하는 등 수없이 우여곡절을 겪었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현장을 조사하러 직원들과 산을 헤짚고 다니며 어디에 설치해야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구급함에는 지혈제, 해열제, 연고, 탈지면 등 구급약품 대부분과 신발끈, 깔창이 비치됐다. 또한 밤중에 조난을 당한 등산객을 위해 손전등도 갖췄다. 구급함 전체 크기는 가로 40cm, 세로 50cm, 높이 2m로 만드는데만 6개월의 시간과 개당 120만원이 들어갔다.
구급함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빗물이 새지 않도록 만들었으며 녹슬음 방지 등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히 제작했다. 무게가 30kg이 넘는 탓에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등에 이고 운반하는 등 비지땀을 흘렸다.
 
각고의 노력끝에 구급함을 설치했으나 뜻하지 않는 어려움이 들이닥쳤다. 바로 등산객들의 비양심적인 태도. 공짜라는 인식에 하루가 멀다하고 구급약은 동이 나버렸다. 김 대표는 “처음 설치후 4개월동안 ‘인식이 조금은 나아지겠지’하며 구급약을 보충했으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번호입력식 열쇠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신 ‘구급함을 이용하실 분은 119로 연락주십시오’라는 문구를 남겼다. 등산객이 119로 전화를 걸면 간단한 신원확인절차를 거친 뒤,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물쇠 설치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등산객이 약을 사용한 후 자물쇠까지 가져가버리는 일이 생긴 것. 일부 등산객들은 구급함에 쓰레기를 넣는 등 갖가지 이만저만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대표는 “하루가 멀다하고 구급약을 채우고 있지만 언젠가는 시민의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장 어렵지만 완성되는 과정의 하나로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위안했다.

김 대표는 “일부 등산객들의 행위로 위험에 빠진 등산객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꼭 필요한 만큼 약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남을 위해 깨끗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백운산 구급함 설치가 끝나면 봉화산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지리산 등지로 확대해 전국으로 구급함 설치를 확신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따금 도움을 받은 등산객들이 회사나 소방서로 감사하다는 전화를 할때면 힘든 과정도 금방 잊는다며 김 대표는 웃었다. 그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다보면 뜻을 함께 하는 단체들도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다음에 설치할 장소를 물색해 봐야겠다”며 말을 맺었다.       
 
입력 : 2005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