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폐쇄, 불편많아 부활 ‘필요’
유치장 폐쇄, 불편많아 부활 ‘필요’
  • 최인철
  • 승인 2009.08.19 22:07
  • 호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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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유치장 계획, 일선 경찰서 현실 무시한 채 시행

광양경찰서 유치장이 순천경찰서와 통합된 이후 일선 경찰들의 업무가중을 호소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광양경찰서 유치장이 순천경찰서 유치장과 통합 돼 운영된 것은 지난 5월 15일부터. 전남지방경찰청은 광역유치장 운영 확대 방침에 따라 광양, 순천, 보성, 구례 등 4개 시군 유치장을 통폐합 했다.

당시 전남청은 통폐합된 뒤 유치장 근무 인력을 필요부서로 전환해 민생치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불구속 수사원칙이 정착되고 긴급체포 건수의 억제로 유치장의 공방 일수가 증가함에 따라 인근 유치장과 통합하고 경찰력을 민생치안 부서로 재배치해 민생범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년간 5600여만원의 예산 절감과 함께 유치장 관리강화에 따라 유치장 안전사고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나가 현재 2부제로 운영되고 있는 근무체제를 3부제로 전환, 유치장 근무여건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통합된 뒤 3개월여가 지난 현재 광양경찰서의 수사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현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현장검증과 대질신문 등 조사과정의 번거로움은 물론 피의자를 순천서까지 호송하는데 따른 불편도 만만찮다. 또 호송 인력을 피의자 수의 배수를 두도록 한 까닭에 피의자 1명당 2명의 호송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실질적인 치안인력강화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더나가 순천 유치장과 광양경찰서 간 거리는 약 40킬로미터로 40여분이 소요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실질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탓에 광양서와 순천서, 법원, 다시 순천서를 거쳐 광양서로 와야 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려 광양서와 법원, 광양서를 순환할 때보다 3배 이상 소요된다.

수사과 한 경찰은 “유치장이 통합되면서 수사에 애로점이 상당하다. 비록 순천서와 가깝다고는 해도 조사 시 순천서로 이동이 불가피해 수사관들의 조사와 근무여건도 더 열악해졌다. 업무량이 사실상 2배 이상 늘어났다”며 “현재 유치장 수용인원도 다른 통합대상서 보다 월등히 많고 인구증가에 따라 유치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해 유치장 부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시간 호송에 따른 교통사고 위험성이나 피의자 도주 등 사고발생도 우려된다는 점과 피의자가 환자이거나 갑자기 발병할 경우 초동 조치의 지연으로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될 수 없다”며 “야간의 경우 당직팀 4명 가운데 2명이 호송업무에 매달릴 경우 남은 2명으로 현장을 맡아야 하는 등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피의자가 다수일 경우 순천경찰서 출장조사석이 부족한데 따라 수사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호송의 불편함이 곧 여죄 등 수사소홀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내부불만 가운데 하나다.

유치인에 대한 면회인들의 불편도 커졌다. 면회인이 유치인을 면회하기 위해 순천서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양경찰서의 유치장 공방일수는 27일에 불과하고 연간 900여명을 수용해 왔기 때문에 폐쇄 당시부터 내부 반발이 상당했다. 공방일수가 308일에 이르는 구례서나 177일에 달하는 보성서와는 상황이 전혀 다름에도 이를 계획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형사팀 총 사건처리 건수는 모두 2045건으로 개인당 102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고 살인과 강도 등 강력사건도 51건을 처리한 자체 분석됐다. 이 가운데 구속영장 신청예정자 호송건수는 43건, 수배자 호송은 270건으로 개인 하루평균 1.09건을 호송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4시간이 소요되는 현장출동의 경우 하루평균 2.06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탁상정책으로 인한 유치장 폐쇄결정이 일선 경찰관의 업무가중을 부추기는 한편 수사소홀로 까지 이어질 개연성마저 제기되는 상황,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