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기금관리가 사태 키워
주먹구구식 기금관리가 사태 키워
  • 최인철
  • 승인 2009.08.26 21:12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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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사태수습 우선 속 책임론은 경계

(사)클린태인동만들기협의회 배모 사무국장이 11억7200만원의 기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목욕탕 건립 등 태인동 주민숙원사업에 일정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비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더나가 2년 3개월 동안 570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금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광양제철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무부서인 광양제철소 지역협력팀은 지난 26일 긴급 임시총회를 개최해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는 등  조기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클린태인동만들기협의회는 태인동 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해 지난 2006년 12월 태인동 주민과 광양제철소, 제철연관단지 업체 등의 합의로 설립, 2007년 4월 문을 열고 운영되고 사단법인체다.

공동협의회장은 광양제철소 행정부소장과 태인동국가산단입주업체단체대표 2인이 맡는 형태로, 현재는 광양제철소 공윤찬 부소장과 윤관종 산단협의회장이 맡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 4월 7일 착공한 태인동목욕탕 건립사업. 이번 기금 횡령사건으로 당장 찜질방, 헬스기구, 나눔의 집 등의 시설이 포함돼 총 19억원이 소요되는 목욕탕 건립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회원사 회비수입 10억6천여만원, 포스코 특별회비 12억원 등 총 22억 6천여만원 중 3억3천여만원이 사용됐고, 19억4천여만원이 남은 것으로 지난 총회 시 보고됐으나 경찰이 확인한 결과 현재 협의회 통장에 남아있는 금액은 5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소측은 “사업들이 계속될 지 주민들의 걱정이 많다. 그러나 진행 중인 사업은 물론 발굴사업도 계속할 것”이라며 “당장 9월말로 예정된 목욕탕은 계획대로 준공하고 잔금 부족분은 은행에서 융자 받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공모여부도 관심사다. 개인이 2년이 넘는 동안 12억원대의 기금을 빼돌린 사실을 내부에서 전혀 몰랐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협의회 사무실 관계자는 물론, 광양제철소 화성부와 지역협력팀 등 협의회 주무부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물론 참고인 자격이다.

현재까지 공모가능성에는 별다른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배 씨가 개인적으로 기금을 빼돌려 개인채무와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는 진술이 통장거래내역과 상당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만 배 씨가 현금으로 인출한 4억6천여만원이 어디에 사용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모를 한 흔적이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배 씨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4억6천만원에 이르는 현금의 사용처 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을 통해 공모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횡령사건은 그동안 클린태인동만들기협의회의 기금관리가 얼마나 소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여서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몇 차례 감사가 진행됐으나 통장사본 위조 등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금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태인동청년회는 지난 4월 9일 협의회에 공식공문을 보내 ‘사업계획 및 예산집행 지출내역’ 열람을 요청했고 당시 협의회는 “통장에서 인출되면 곧바로 핸드폰으로 거래정보가 통보되는 등 기금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봉석 태인동 청년회장은 “당시 광양제철소측에서 기금관리를 장담했기 때문에 수많은 의혹에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조금만 신경 썼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관리 소홀이 이렇게까지 사건을 키웠다”고 힐난했다.

그는 “배 사무국장에 대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 “여러 차례 기금에 대한 의문을 표명해 왔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애초 인선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청년회는 배 씨의 추천을 반대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이는 영향력 있는 일부 특정인의 적극적인 추천에 따라 사무국장에 인선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소 측은 “잘 살펴봤고 보고도 받았으나 위조된 통장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선은 관리 책임문제보다 사태를 수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사무국장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지역협력팀장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회계법인 등을 통해 협의회가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양제철소 측은 “사퇴 등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은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