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석유의 땅 ‘니제르 삼각주’
저주받은 석유의 땅 ‘니제르 삼각주’
  • 김정태 진보연대 정책위원장
  • 승인 2009.09.17 08:55
  • 호수 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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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우리의 저주다."
1995년 11월, 자신의 고향인 오고니족 영토의 환경을 파괴하는 군사정권과 로열 더치 셸 석유회사에 맞서 싸우던 환경운동가 켄 사로위와(Ken Saro-Wiwa)가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 의해 처형되기 직전 남긴 말이다.
10여년의 법정공방 끝에 셸사는 사로위와의 유족과 지역에 천5백만 달러를 지급하고 화해를 요청했다. 셸 석유회사가 사로위와 체포 당시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게 헬기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 크게 창피를 사고 난 뒤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아프리카 제일의 산유국, 아프리카 제2의 경제규모, 인구 1억 4천만명,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생태계인 니제르 삼각주를 보유한 나이지리아는 가난하기가 오히려 힘든 나라이다.

그러나 1956년 니제르 삼각주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로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석유 발견 전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전국민의 절대 다수가 하루 1달러도 안되는 생활비로 연명하고 있는 절대 빈곤층인 나이지리아가 이처럼 전락하게 된 배경에 로열 더치 셸 석유회사가 있다.
돈을 더 벌려는 탐욕자본이 돈이 필요한 부패권력과 유착한 결과는 참담했다. 값싼 석유채굴을 위한 뇌물제공, 환경영향평가 없는 도로·운하·송유관건설, 환경오염 방치, 주민피해보상 지연, 주민 시위에 불법진압과 살인같은 범죄 행위를 외국석유회사가 공공연히 저지르게 되고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은 석유회사의 불법을 비호하며 오히려 자국민을 탄압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사이 주민의 식수원이던 니제르강은 기름이 두껍게 덮힌 짠물로 변하면서 지역민의 생활 기반인 니제르 삼각주의 농업과 어업이 완전히 무너지고 맹그로브숲이 울창했던 생태계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거기에다 셸사는 군사정권의 정치적 기반인 북부인들을 고용하면서 남부 니제르 삼각주 지역민은 고용에서마저도 외면을 받게 된 비참한 현실에서 사로위와의 마지막 절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눈길을 돌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나이지리아의 기업과 환경문제가 남의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던 광양만은 1970년대부터 여천산업단지, 광양제철소, 율촌공단, 하동화력 등이 들어서면서 지속적으로 오염이 이루어진 결과 발암물질 배출량 전국 1위, 산성비 전국 1위, 오존 오염도 전국 1위, 섬진강의 해수화 등의 환경성적표를 받아든 지 꽤 오래이다.

더구나 요사이 포스코가 전례없는 투자를 통해 페로니켈공장, 코크스공장, 6선석 원료부두 등을 동호안 매립지에 이미 건설하여 가동중이거나 예정에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지역민의 우려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최근 동호안 붕괴사고에 이은 침출수 유출사고는 그 우려를 반증해 주는 환경재앙이었다. 기업의 환경에 대한 도덕불감증이 나이지리아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하며 아울러 무관심했던 지역민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라 판단된다.

최근 나는 ‘섬진강이 광양만권 수질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하기 위해 자료 수집하던 차에 진월 양상추 재배 농민으로부터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
그 분 이야기는 “우리는 절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지하수에서 짠물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기술로 충분히 잘살 수 있다”였다.
섬진강의 해수화로 인한 농어민염해피해는 기업의 이익에 희생된 우리 지역의 여러 피해 중 하나임이 분명하며 니제르 삼각주의 예와 비슷한 면이 적지않아 언짢다. 켄 사로위와의 절규가 우리 지역에서는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