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촌 자립경영 일굴 전문경영인이 중요하다
예술촌 자립경영 일굴 전문경영인이 중요하다
  • 최인철
  • 승인 2009.09.24 09:54
  • 호수 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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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과 함께 하는 공간구상이 예술촌 기본목적
시가 가칭)사라실예술촌 조성사업에 잰걸음을 내기 시작하면서 예술촌 운영자 선정 등 구성을 둘러싸고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책적 배려가 다소간 미진했던 상황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문화예술계의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예술촌 운영자 선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예술촌 운영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립경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조성초기부터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섣불리 경영의 전문성이 갖추지 못한 예술단체나 개인에게 사업을 맡길 경우 활성화 저해는 물론 시비낭비가 불 보듯 뻔한 상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해 삼동면 물건리 폐교로 방치됐던 물건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해오름 예술촌을 찾아갔다. 주말이면 1천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스타 예술촌이다. 해오름 예술촌은 대지 약 4천평에 건물 약 600평 규모로 전문작가 작업공간과 전통공예 체험 공간을 두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공간과 지원활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 천혜의 자연조건과 아름다운 풍광을 갖춘 물건초등학교를 개조해 건물, 조경 등의 격조 높은 예술공간 조성으로 서울 등 원거리에서도 방문을 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전국방송 6회, 지방방송 12회 등 다양한 매스미디어도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이곳의 전문경영자가 정금호 예술촌장이다. 지난 2003년 개관해 7년째 운영되고 있는 해오름 예술촌을 찾아 남해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정착시킨 정금호 촌장을 만나 사라실 예술촌의 운영방향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방의 많은 예술인들이 창작공간의 부족과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지자체가 보유재산인 폐교를 활용해 예술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요. 특히 예술인은 물론 지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으로 개방하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정금호 촌장은 우리시가 가칭)사라실 예술촌 조성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곧 사업추진과정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그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폐교를 활용한 예술촌 조성은 초기단계에서부터 예술인만이 아닌 폐교 주변마을 주민들과 시민, 지역예술인 등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조성계획을 세우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가장 우선적으로 선정해야 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어떤 방향으로 예술촌을 조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 먼저”라고 충고했다. 단순히 문화예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 촌장은 “그 같은 구상은 예술촌 조성의 방향과 목적에  맞는 기본계획을 설정한 뒤 각계의 의견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주민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 즉 인근 주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술인들만의 공간이라는 오해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지역민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예술촌 기본구상과도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업초기단계에서부터 예술공간과 주민활용공간의 조화를 구상하고 주민들과의 논의 속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나가 예술촌 운영이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예술촌 운영 이외에 수익은 철저하게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야 가장 기본적인 지원세력인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술촌 운영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다소곤 하던 그의 목소리가 잠시 커졌다. 정 촌장은 지역예술단체의 장소와 예술인의 창작 공간, 정보교류의 장소가 협소하나 운영 주체에 대한 선정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많은 갈등과 난관을 겪을 것이라며 “명확한 운영주체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는 그도 겪은 어려움이다. 예술인 상호간의 갈등으로 인해 예술촌 운영에 방기사태가 올 경우 이는 예술촌 조성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촌장은 “운영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행정과 지속적인 예산 낭비를 불러올 수 있는 여지는 물론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자생력 저하를 초해할 수도 있다”며 “실질적으로 예술촌을 조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사업자체를 위탁해 조성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역단체와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실 일부를 문화예술을 위한 세미나실을 갖추고 지역예술단체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토록 하는 방안도 있다”며 “더나가 예술인들에게 창작실을 제공할 경우 사용자가 기본적인 사용료를 납부토록 해 조성 이후 예산이 지속적으로 지원돼야 하는 불요불급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특정단체에게 맡길 경우 앞으로 행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 분명하다”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결과가 충분히 예견되는 만큼 처음부터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전문 운영자를 선정해 예술촌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오름 예술촌은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 추진한 결과 현재 16명의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독립경영의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촌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조성하는 등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금호 촌장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준 높은 예술과 공연, 작품들로 예술촌이 조성돼야 하고 전시는 반드시 작품의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작들의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작가의 생계가 해결되는 순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