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누기 가장 소중한 사랑 나눔
마음나누기 가장 소중한 사랑 나눔
  • 박주식
  • 승인 2010.01.07 09:16
  • 호수 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효숙 무료간병 도우미

“벌써 할머니예요. 시집간 딸의 외손자를 볼 때면 세상시름 다 잊고 한없는 기쁨만이 가득 합니다” 서효숙 무료간병 도우미는 “그동안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손자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배우는 모습 앞에선 모든 근심이 봄눈 녹 듯 사라진다”며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손자들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그의 힘겨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최고의 기쁨은 손자들이기에 새해 소망은 당연히 손자들의 건강 기원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오는 4월로 끝이 나는 무료간병사업에 이어 다시 일자리를 찾아 계속 일을 해 나갔으면 하는 게 그 다음 바람이다.

서효숙 씨가 하고 있는 일은 광양YWCA가 시행중인 무료간병 사업 도우미. 포스코 청암재단이 함께하는 무료간병사업은 노령화로 인한 노인 간병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간병노인 가정을 찾아가 무료로 기초간병과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포스코 간병사업은 포스코 청암재단과 (재)함께일하는재단의 후원속에 광양YWCA가 교육, 파견 서비스제공을 직접 수행한다. 2006년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노인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 14명의 도우미가 90여명에게 간병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 될 것

서효숙 씨가 간병도우미로 나선 것은 재작년 6월. 이웃의 소개를 통해 무료간병 사업을 알게 되면서 부터다. 언제나 어려운 가정형편 이었기에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해 왔던 그. 30여년 가장의 역할을 해 오고 있는 그에겐 일이 필요했고 간병 도우미는 누구보다도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28년 전 어느 날 일을 나간 남편이 척추를 심하게 다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결혼한 지 3년 6개월만의 일이다. 병원에선 남편의 남은 삶을 6개월로 판정했다. 그러나 서효숙 씨는 “너무 아깝다. 40만 넘기고 데려가 달라. 아이들이 ‘아빠’하고 부르면  대답이나 한번 할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정성을 다한 간병을 시작했다.

또 어린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했기에 밤낮,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나갔다. 병원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의 그의 지극한 간병덕분인지 남편은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꿋꿋하게 버텨 지금까지도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 30여년을 매일같이 가장 어려운 환자를 간호해온 그였기에 어쩌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간병도우미 인 것은 당연할 정도다.

서 씨는 그동안 어려운 환자를 간호해 왔기에 이보다 더 심한 환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신감과 용기로 간병 일을 시작했다. 그는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간병 일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고난이 유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비록 지나온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것이 공부가 돼 새롭게 주어진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 씨에게 간병도우미 역할은 오히려 쉬운 일이고 즐거운 일이다. 그는 단순한 간병인 역할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말벗이 돼 드리고 큰 빨래나 청소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무엇보다 마음을 나누는 일을 우선한다. 수혜대상자들은 모두가 연로한 노인들이고 그들은 대부분 지치고 힘든 인생을 마무리 하고 있다. 그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딸처럼, 가까운 이웃처럼 정을 나누고 힘들게 산 노인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효숙 씨는 “대상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뭘 두려워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예전엔 알 수 없었던 노인들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됐다”며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후회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실로 다가갈 때 노인들도 비로소 마음의 응어리를 하나씩 풀어낸다”며 “물질로만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말 한마디, 진정한 마음을 주고 받는 것 또한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 나눔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씨도 해결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몸과 마음으로 하는 일이야 얼마든지 해 낼 수 있지만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효숙 씨는 “가진 게 몸과 마음밖에 없어 해드린다고 열심히 해보지만 늘 부족함이 남는다”며 “대상자 들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도움을 드리지 못함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는 “힘들게 산 할머니들과 고통을 나누고 정을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며 “할머니들의 모습이 곳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기에 스스로 노후를 그리며 준비를 하게 된다”고 미소 짓는다.

이처럼 서효숙 씨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도 4월이면 계약이 끝이 난다. 2년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는 더 이상 이일을 못한다 해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길은 계속 간다는 결심이다. 그는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양심에 에 따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겠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니 이젠 아들과 딸이 장성해 부모를 돌보고 손자 재롱에 시름을 멀리해 가고 있는 서효숙 씨. 고난이 유익했다는 그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다짐이 모두에게 전파되는 한해이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