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부실…대책 마련 시급
문화재 관리 부실…대책 마련 시급
  • 지정운
  • 승인 2010.05.17 09:20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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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적 영세불망비’ 깨진 채 방치…중산 마을 패총 흔적도 없어

봉강면 석사리의 '비석바구' 거리에 깨진 채 방치돼 있는 강성적 영세불망비.
광양시 문화재 관리가 총체적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문화재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양읍에서 순천시 서면으로 가는 840번 지방도로 옆엔 시커먼 바위가 반쯤 파묻힌 채 놓여있다. 도로의 관리 여건상 벌써 치웠을 법도 하지만 이 바위는 내팽개치듯 외면을 당하면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천덕꾸러기처럼 방치 된 바위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 바위가 예사 바위가 아님을 금방알 수 있다. 바위는 한쪽이 깨져 나가며 새겨진 글씨도 사라진 채 일부만 남아있지만 ‘성적 영세불망비’(聖適 永世不忘碑)란 글씨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봉강면 석사리 죽산의 일명 ‘비석바구’ 거리에 있는 이 바위는 일반적인 비석 형태를 따르지 않고 자연석에 글씨를 새겨 넣은 점이 특이하다.

이곳은 과거 고을을 방문하는 귀빈들을 맞이했던 서소정(오리정으로 부르기도 함)이 있던 곳으로 알려진다. 이곳에 넘어진 채 방치돼 있는 비석은 1718년(숙종 44년) 도임한 현감 강성적(姜聖摘)의 영세불망비로, 역대 현감을 영송하는 내용이 천연석에 새겨져 있고, 이 때문에 이곳이 ‘비석바구’ 거리란 별칭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이 비석은 지방도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깨지고 넘어진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비석바구’ 거리에는 재밌는 일화도 전해진다. 광양은 원님이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말이 있는데, 올 때 너무 멀고 외진 곳이라 속상해서 울고, 돌아갈 때는 정이 너무 들어 헤어지기 아쉬워 울고 간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시지에 등장한다. 흔치 않은 자연석 비문과 광양의 인정을 잘 나타내는 이야기까지 품고 있는 불망비가 오늘도 깨진 채 길가에 놓여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유적이 방치ㆍ훼손된 것은 이 뿐만 아니다. 옥곡면에서 진월면으로 가는 곳에 중산마을이 있다. 이곳은 지난 90년대 남해고속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신석기 시대 패총이 발견됐으며 토기편이 수습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선 패총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광양시 문화유적 지도에 표시된 패총이 발견된 지점은 현재 절토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대부분 밭과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분명히 존재했었고, 광양시지에 사진까지 남아있는 유적이었지만 관리주체의 무관심속에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지정 문화재의 경우도 관리 상태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광양시는 매천 황현 선생 순국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찾아본 매천 생가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남도기념물 제113호인 김시식지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문화계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관리가 총체적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시가 추진하는 노인일자리 인력을 일부분 문화재 관리 쪽으로 돌려서라도 지역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한편, 문화재를 찾는 사람도 맞이하고 안내하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양은 신생 산업도시로 문화가 취약함이 늘 부각 되지만 언제나 말 뿐 실제 행위엔 누구도 앞장서는 이가 없다”며 “광양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문화유산관리는 물론 새로운 문화재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