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꿀 맛보기 어려워 질 듯
토종꿀 맛보기 어려워 질 듯
  • 지정운
  • 승인 2010.10.25 09:24
  • 호수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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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 집단 폐사 현실화…재해 인정 안돼 농가 울상

최근 토종꿀벌의 에이즈라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우리 지역에도 확산되며 토종벌이 집단 폐사하고 있어 토종벌 사육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애벌레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현재 치료제나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에 걸리면 벌의 애벌레가 성충이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된다. 이 병은 지난 5월 쯤 중부 지방에서 퍼지기 시작했는데 속도가 워낙 빨라 우리 지역도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광양시가 파악한 토종벌 사육농가는 모두 123 농가로 3906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96.4%인 3764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1군당 생산 비용을 4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14억 원 규모이다.
봉강면 하조마을에서 토종벌을 사육중인 조규열(61)씨는 “올해 130여 군을 키웠는데 6월 중순 병이 발생해 현재 살아있는 것은 2군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병에 걸린 것으로 보여 열흘 쯤 후면 아예 날아다니는 벌을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이맘때면 꿀을 채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벌이 들어있는 벌통에도 꿀이 전혀 없다”며 “토종벌 구입 비용부터 꿀 판매 수익까지 합치면 우리 마을에서만 피해액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친 때부터 벌을 키우며 살아왔지만 올해처럼 기막힌 일을 처음”이라며 “정부에서 재해로 인정해 보상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에서는 낭충봉아부패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피해를 본 강원이나 전남ㆍ북, 토봉협회 등에서 재해 인정 및 피해 보상 요청을 했지만 농림수산식품부 검토 결과 병충해의 경우 농업재해를 직접 원인으로 발생할 경우만 인정한다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꿀벌 사육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해대책 경영자금 지원계획을 갖고 있다”며 “전체 지원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지만 피해 1군당 20만원, 농가당 1천만 원 한도 내에서 연리 3%의 융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토종벌을 사육하는 농가들이 지난 12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토종벌 집단폐사에 따른 피해보상 시위 행사를 개최하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광양지역에서도 봉강면 지역의 12농가가 이 행사에 참가했다.

행사에 참가하고 돌아온 한 농민은 “토종벌 바이러스 확산으로 토종꿀이 영원히 우리 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임기응변식의 대책 대신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지역 특산자원육성 보존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