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도 죽고 꿀도 못따고 살 길 막막”
“벌도 죽고 꿀도 못따고 살 길 막막”
  • 지정운
  • 승인 2010.10.25 09:26
  • 호수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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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토종벌 폐사로 가슴아픈 조규열씨

“선친 때부터 벌을 키웠으니 100년이 넘었는데, 올해 같이 난감한 경우는 생전 처음입니다.”
봉강면 하조마을에서 하조민박을 운영하며 토종꿀벌을 키우는 조규열(62)씨가 벌통을 가리키며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조씨는 애벌레가 병에 걸려 성장하지 못하고 벌통 바닥으로 떨어져 죽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올해 6월 중순쯤 발병한 것으로 기억했다. 이후 벌들의 세력이 점차 약해져 소멸하더니 130여 군에 이르는 벌이 모두 죽고 현재는 2군만이 살아있다. 

조씨는 “자고 일어나면 몇 통씩 죽어가고 현재 살이 있는 2통도 한 열흘 있으면 모두  폐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농사도 없는 상태에서 벌농사로 살아가는데 어디 원망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본다”고 말했다. 올해 조씨 등 하조마을의 벌 사육농가들은 농촌마을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재작년 부푼 기대속에 자부담을 안고 620여 통의 벌을 추가로 구입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빚만 안게됐다. 또 지난해 벌꿀을 채취하기 위한 시설도 구비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이맘때면 그는 벌꿀 채취에 바빠야 한다. 그는 지난해 130여 통에서 생산된 꿀을 채취해 400~5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아쉬움과 허탈함 뿐이다.

조씨는 “벌통 개당 생산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적정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며 “융자금 지원 등의 대책은 농촌의 애절한 심정을 모르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