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저버린 박항서 감독의 ‘용광로 축구’
끝내 저버린 박항서 감독의 ‘용광로 축구’
  • 이성훈
  • 승인 2010.11.08 09:16
  • 호수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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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악으로 마감…공수 엇박자 고질적 병폐 여전

<상>박항서 체제 3년의 빛과 그늘
<하>내년 시즌 대안은 무엇인가?

전남드래곤즈가 7일 대구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올 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박항서 감독은 7일 경기를 끝으로 전남 지휘봉을 놓았다. K리그 올 시즌 성적은 총 28경기를 치러 8승 8무 12패로 마감했다. 지난해 4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던 것과는 정 반대의 성적이 나온 것이다. FA컵은 4강에서 부산에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포스코컵 대회는 일찌감치 상위권에서 멀어졌다.

전남이 결국 지난 2007년 FA컵에서 우승한 후 내리 3년간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남은 2008년 박항서 감독 체제로 전환하며 전열을 재정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항서 감독의 ‘용광로 축구’는 희망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지난 3년간 성적을 살펴보면 박 감독은 구단과 팬들에게 결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다. 내년 시즌까지 계약했던 박 전 감독은 결국 성적 부진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광양신문은 이에 창간 11주년 특집으로 2회에 걸쳐 전남의 지난 3년간 성적을 되돌아보고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올시즌 농사 왜 망쳤나? 되풀이 되는 '악순환'

지난 1월 중국 쿤밍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전남은 지난해 리그 4위 성적을 교두보로 삼고 올해는 꼭 우승을 하고 말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단기전인 FA컵에서만 세 번 우승했던 전남으로서는 리그 우승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전남은 올해 공격력 강화를 위해 김명중, 인디오를 영입했으며 독일 최대 스포츠 용품 회사인 자코와 2년간 용품 후원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을 개막하고 보니 현실은 딴판이었다. 2월 27일 인천과의 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패한 전남은 험난한 일정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올 시즌 첫 승을 거둔 것은 지난 3월 대구 원정 경기에서다. 세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올린 전남은 경남과 무승부를 거둔 후 내리 4연패를 하며 팀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3월 28일 강원전에서부터 4월 25일 제주전까지 4연패 할 동안 전남은 11골을 내주고 5골을 얻는데 그쳤다.

수비는 수비대로 공격은 공격대로 엇박자가 반복되는 기간이었다. 이후 수원, 전북에 2연승을 거둔 전남은 무승부와 패를 반복하다 결국 올 시즌 6승 8무 1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3년 연속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구단과 박항서 전 감독은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팬들은 연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전술 부재, 선수단 기용 문제점, 팬들과의 소통 부재 등을 성토하고 있다. 특히 박 전 감독에 대한 실망을 여기저기서 쏟아내고 있어 구단으로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남의 고질적인 문제는 수비불안과 함께 리그 전반기 성적이 대체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전반기에 승수를 충분히 쌓아두지 못하면 후반기에 일정 승률을 올린다하더라도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는 현상이 되풀이된다. 결국 전반기 부진이 시즌 내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팬들은 특히 선수기용에 있어서 의문을 드러낸다. 한 팬은 “시즌 초반 귀에 익었던 신인 선수들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데 갈수록 이런 부분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감독 지난 2년간 성적은?

박항서 전 감독이 부임한 2008년 첫 해 전남은 리그에서 9위에 머물렀다. 2007년 리그 10위인 것을 감안하면 아쉽지만 평년 성적을 거둔 셈이다. 전남은 FA컵 16강전에서 포항에 패해 탈락했지만 하우젠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박 감독은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2009년 리그에서 전남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리그 4위로 마감했다. 지난 시즌은 특히 전남 유소년클럽 출신인 이규로, 윤석영, 김응진, 김형호 등이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전남은 지난해 시즌 이천수 이적 파동으로 한동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천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원에서 6개월간 재임대, 페예노르트에서 6개월 임대 계약을 맺고 영입했다.

이천수는 지난해 개막전 서울과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알렸으나 주먹감자 세레모니로 물의를 일으켜 출장 정지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천수는 이후 6경기 만에 복귀, 이후 팀 상승세를 주도하며 전남이 중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6월 페예노르트측으로부터 이적 문제가 발생한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의 언쟁, 훈련 불참, 감독 지시불이행 등으로 무단이탈, 전남은 이천수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 요청했다.

이천수 이적 파동으로 팀 내 사기가 떨어질 것 같았으나 전남은 후반기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반기 초반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전남은 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지 못해 매 경기마다 혈전을 벌이며 여유롭게 경기 운용을 할 수 없었다.

전남은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을 이기며 4강에 진입했으나 결국 성남에 져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전남이 지난해 리그에서 결승전에만 진출했더라도 AFC 진출권을 획득하며 2010 시즌을 좀 더 폭넓게 운영할 수 있어 더욱더 아쉬움으로 남았다.

용광로 축구 3년 되돌아보니 ‘헛방질’

박항서 전 감독 부임 이후 전남은 리그, FA컵, AFC, 컵대회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리그 4위에 올랐으나 FA컵 등 단기전에서도 잇따라 패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박 전 감독이 2008년 부임해서 밝힌 목표는 ‘용광로 축구’와 ‘세마리 토끼’다. 용광로 축구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이미지에 맞게 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에게 승리와 재미를 안겨주겠다는 각오였다.

세 마리 토끼는 2008년 당시 ‘FA컵 3연패,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K리그 6강 진출’ 이었다. 그러나 부임 첫해 토끼는 모두 도망가고 말았다. FA컵 16강 탈락, AFC 8강 탈락, 리그는 9위로 마감하고 만 것이다. 공격축구를 내세우며 지향했던 ‘용광로 축구’의 결과는 어떠할까? 리그만 살펴보면 2008년 전남은 총 26골을 넣고 40골을 내줬다.

26골은 14개 팀(강원 제외) 중 10위다. 반면 실점은 대구, 광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득점은 허술하고 골문은 커진 셈이다. 2009년도 목표는 ‘리그 6강 진출, FA컵 우승’이었다. 물론 용광로 축구는 계속 이어진다.  시즌이 끝난 후 성적표를 받아보니 절반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 4위로 6강 진출 목표는 달성했지만 FA컵은 8강에서 수원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지난해 리그 득점은 41점으로 15개 팀 중 5위를 기록했다. 실점은 39점으로 6위. 어느 정도 공격 축구를 선보인 반면,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발목을 잡고 말았던 것이다. 박 감독은 리그 4위를 계기로 2년 계약에 성공한다. 

올 시즌은 목표치를 한 단계 올렸다. ‘리그 우승’이 그것. 이를 위해 김명중, 인디오 등을 영입했으며 지동원이라는 걸쭉한 신인도 팀 공격력을 주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올 시즌 K리그 총 28경기 중 단 8승만 건졌으며 득점은 41점, 실점은 50점으로 부진했다. 리그 8승은 지난 2008년에도 기록, 박 전 감독은 3시즌 중 2시즌을 10승 미만이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기고 팀을 떠나야 했다. 올 시즌 FA컵은 4강에서 부산에 고배를 마셨다. 
 
구단 관계자는 “우선 성적이 좋아야 팬들에게 경기장에 오라고 홍보를 할 것 아니냐”며 “경기 홍보를 해도 팬들의 따가운 눈총에 처지가 난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박항서 전 감독은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고 전남과 이별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