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소박한 세상 꿈 꿔
이웃과 소박한 세상 꿈 꿔
  • 이성훈
  • 승인 2011.01.30 18:28
  • 호수 3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주 우리치과 원장


해마다 연말이 되면 산타 복장을 하고 지역 여러 봉사 단체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몰래 산타 행사를 펼치는 사람이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부드러운 외모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얼굴. 광양과 인연을 맺은 8년 동안 각종 진보단체, 지역 사회 봉사활동 등을 펼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 치과의사가 있다.

김용주 우리치과 원장이 그 주인공. 김 원장은 “정말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남모르게 헌신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인터뷰를 하게 돼 부끄럽다”며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 지 걱정이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김용주 원장의 고향은 장성이다. 광양에 온 것은 지난 2003년. 그는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지역사회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광양에 치과를 개업한 후 학창시절 다짐했던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비로소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당원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총선 때는 김 원장이 치과 건물 3층을 선거대책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후 광양사랑청년회 등 진보단체 뿐만 아니라 봉사단체인 ‘나광모’(나눔을 실천하는 광양사람들의 모임)에서 3년간 사무국장, 건치(건강한 치아) 동부지회 총무,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소속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늘사랑 지역아동센터에는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매월 생일 파티 및 무료진료를 해주고 밑반찬 지원 사업과 각종 후원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보람된 일도 많다. 늘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생일잔치를 위해 마술을 준비했던 김 원장은 일주일 동안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마술쇼를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연습했다.

하지만 마술 초보인 그의 마술솜씨는 영 시원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마술을 보여줬는데 그것을 본 아이들은 재밌다고 웃으며 박수는 쳤다. 하지만 김 원장으로서는 부족했던 마술 솜씨가 못마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카드에는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구깃구깃 적은 “어설픈 마술이었지만 참 좋다. 고맙다. 재밌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 이 카드를 본 김 원장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 카드는 정말 소중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큰 선물이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김 원장이 개인적으로 결연을 맺은 한 소년소녀 가정. 이 가정은 남매가 살고 있는데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나중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남매를 폭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두 남매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김 원장은 매월 2회 이 가정에 반찬을 후원하며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중 동생인 남자 아이는 무뚝뚝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가득 차 친해지기 어려웠다는 것. 김 원장은 어느 날 그 아이를 나광모 생일잔치 행사에 데리고 갔다. 평소에 기타를 즐겨 치는 김 원장이 이날 행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그 아이는 그 모습에 반해 이후 기타를 배우며 조금씩 자신의 장점을 되살렸던 것.

김 원장은 “매일 TV와 게임만 하고 항상 비관적이던 아이가 기타를 배운 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학생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본체만체 했던 이 학생이 어느 날 자신을 ‘친구 같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마음이 뿌듯했다”고 웃었다.

김용주 원장은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세상을 꿈꾼다. 김 원장은 “이웃들을 통해 오히려 내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나눔과 봉사의 현장에서 조그마한 힘이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